쏟아지는 달빛 아래서 나는 깔깔 웃고 말았다
습자지처럼 푸른 그림자가 마음에 젖지 않았다
내 웃음에 무참히 부러져 쌓이는 달빛,
나는 거침없이 순결한 달빛을 희롱했다
봄의 왈츠를 추듯 들뜬 걸음으로
깊어야 좋을, 적막한 마음 만큼 깊어져야 할 밤의 정적을
나는 오만방자하게 휘저었다, 이 고요에
무례하고 무자비하게 폭죽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품고 다독여 온, 길고 깊은 한숨 같던 밤들,
그 많은 밤을 한켜 한켜 쌓아오던 애닯음은 다 어디로 갔나
적어도 내 몫의 세월 만한 깊이와 무게만큼은 쌓고 싶었던 생이
이렇게 알량했던가, 나의 축성이 하룻밤 사랑에 무위가 되었다
나는 눈이 멀었나 귀가 멀었나, 기쁜가 슬픈가,
그대는 나를 슬퍼할 것인가, 또 꾸짖을 것인가
당신에게 넋을 놓고 나 기어이 바보가 되고 말겠구나
사랑이 끝나는 때에 의지가지 없는 천치하나 울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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