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낙서를 엄청 했었다.
공책을 사면 비장한 각오로 새학기를 맞으마
첫 페이지만 말끔하게 필기하고는
그 다음부터 맨 뒷장부터 야금야금 낙서로 채워오기 시작했다.
오스칼 같이 멋진 순정만화 주인공도 그리고
그 시절 나름 문학소녀를 홀리던 보들레르나 에즈라 파운드 같은
이해는 안가지만 그럴싸하게 들리던 이름들도 써보고
바이런은 일찍 죽어 다행이야, 멋진 그의 모습도 그려보고.
뭐 그런 식으로 수업은 뒷전이었다.(그래서 몰두 못하는 아이들, 정말 이해 잘한다
반드시 그런 애들이 있는 법이다.)
요즘도 낙서를 곧잘 한다.
단서가 될 만한 어떤 단어, 어구, 그렇다고 영감이랄 건 없구.
낙서하다 생각이 막히면 임시저장 카테고리에 휙 던져버린다.
그러다 불쑥 뒤적거려선 완전삭제를 하던가, 더 나아가 보던가.
그런데 임시저장함이 빈털터리가 되어 간다.
불안하다. 통장 잔고가 달랑거리는 기분. 마이너스도 안 되는데.
샘물 모으듯 입을 좀 다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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