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길을 잃다(13.8.30)

heath1202 2013. 8. 30. 15:09

자주 사용하는 기계의 사용법이 갑자기 아득해지는 경우가 있다.

엊그제 동료가 정수기 온수가 안 나온단다.  

냉수는 잘 나와 그럴리 없다하며 다시 해 보라니 온수 뺄 때 눌러야 하는 버튼을 누르지 않는 거였다.

모두가 박장대소 했지만 한편으로 내일 같아 오싹해지기도 했다.

 

나도 가끔 머릿 속이 하얘지는 때가 있다.

가을날 짙은 안개속처럼 모든 것이 아스라해져 잠시 동작을 멈추고 생각을 모아야 하는 경우 말이다.

노화의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 심상하게 넘기고 싶지만 그런 경우가 조금씩 잦아지다 보면 공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길이 있는데 갈 길을 모르겠는 그 아득함, 황망함.

그리고 어찌 보면 나는 태생 부터가 그 상태였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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