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경상남도,부산

경남 합천 해인사(13.05.16)

heath1202 2013. 5. 21. 03:22

그동안 찍어놓은 사진이 쌓이고 쌓여 이제 짐으로 여겨질 지경이 되니 어제 오늘 털어내기로 큰 결심을 하고 꽃과 신록으로 고운 사진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빨강도 곱고 연초록도 곱습니다.  사진을 찍던 그 순간, 더 욕심낼 것이 없을 것 같던 느낌이었었지요.

 

사진을 정리하다말고 '브로크백 마운튼'을 보았습니다.  손목이 아파 잠시 쉬자고 한것이 그냥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며 '브로크백 마운튼'을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노라니 좀 전의 사진 속의 세상이 그저 백일몽이었던 것처럼 아득해집니다.  삶이란 것이 그렇게 황량하고 쓸쓸하고 애달픈 것인가요.

 

벌써 세 시가 넘었고 이제 내일의 일과가 염려스러운 시각입니다.  먹먹한 가슴으로 잠자리에 들어야 할 모양입니다.

가슴 저린 꿈이라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현장체험학습 덕분에 참으로 오랜 만에 해인사에 왔습니다. 

칠년 만에 외출이라도 한듯 마냥 들떠서 고된 도보도 날듯 해치우던 날이었습니다.

꽃속에선 꽃으로 해체되고 초록의 숲에선 싱그런 풋내로 해체될 듯 싶었습니다.

오래도록 지속될 기분이 아닌 것 잘 알지만, 나날이 덧없고 찌질한 삶임을 확인해야 하는 일과를 잠시는 잊어 좋았습니다.

길게 숨 쉬고 싶습니다.

 

 

 

 

 

 

 

 

 

 

 

 

 

 

 

 

 

  

 

 

 

  

 

 

 

 

일주문을 나서는데 역광에 비친 숲의 빛깔이 하도 휘황해 내가 온 세상이 아닌 또다른 세상으로 들어서는 기분입니다. 

 

해인사 앞 상가의 늙은 고양이 해탈이.  옥수수 한자루를 맛나게 뜯어먹고 있던 붙임성 좋은 늙은 고양이 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진안 휴게소에서 손닿을 듯 가까이 보이던 마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