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찍어놓은 사진이 쌓이고 쌓여 이제 짐으로 여겨질 지경이 되니 어제 오늘 털어내기로 큰 결심을 하고 꽃과 신록으로 고운 사진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빨강도 곱고 연초록도 곱습니다. 사진을 찍던 그 순간, 더 욕심낼 것이 없을 것 같던 느낌이었었지요.
사진을 정리하다말고 '브로크백 마운튼'을 보았습니다. 손목이 아파 잠시 쉬자고 한것이 그냥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며 '브로크백 마운튼'을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노라니 좀 전의 사진 속의 세상이 그저 백일몽이었던 것처럼 아득해집니다. 삶이란 것이 그렇게 황량하고 쓸쓸하고 애달픈 것인가요.
벌써 세 시가 넘었고 이제 내일의 일과가 염려스러운 시각입니다. 먹먹한 가슴으로 잠자리에 들어야 할 모양입니다.
가슴 저린 꿈이라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현장체험학습 덕분에 참으로 오랜 만에 해인사에 왔습니다.
칠년 만에 외출이라도 한듯 마냥 들떠서 고된 도보도 날듯 해치우던 날이었습니다.
꽃속에선 꽃으로 해체되고 초록의 숲에선 싱그런 풋내로 해체될 듯 싶었습니다.
오래도록 지속될 기분이 아닌 것 잘 알지만, 나날이 덧없고 찌질한 삶임을 확인해야 하는 일과를 잠시는 잊어 좋았습니다.
길게 숨 쉬고 싶습니다.
일주문을 나서는데 역광에 비친 숲의 빛깔이 하도 휘황해 내가 온 세상이 아닌 또다른 세상으로 들어서는 기분입니다.
해인사 앞 상가의 늙은 고양이 해탈이. 옥수수 한자루를 맛나게 뜯어먹고 있던 붙임성 좋은 늙은 고양이 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진안 휴게소에서 손닿을 듯 가까이 보이던 마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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