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몸이 무거워지는게 나이를 먹기는 먹는가 봅니다.
조금 먼길을 갈라치면 벼르고 벼르기를 며칠을 합니다.
목숨을 카운트다운 하듯 조바심치던 때도 있었는데, 그것은 어쩌면 준비없이 맞딱드린 노쇠의 자각에 당황한 탓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제는 느긋이 나이를 먹고 싶고, 조금씩 게으름을 피워도 세월 아까운 생각은 없습니다.
안간힘을 쓴들 무에 그리 다를 것입니까?
봄볕 쬐는 장곡사 법당 안 고양이마냥 눈을 가늘게 뜨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봄이 내 몸을 흐르는걸 느끼고 싶습니다.
이렇게, 내가 세월을 좇기보다 내가 세월을 불러볼수는 없는 것일까요?
하늘이 섧도록 푸른 날이었습니다.
부처님보다 더 위로를 주었던 늙은 고양이. 급할 것 없는 걸음으로 법당이며 토방을 어슬렁거립니다. 그리고는 법당안으로 길게 뻗은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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