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을 꼬박 전화 두어번 한 거 빼곤 토끼하고만 이야기를 하고 살았다.
오늘 전화가 왔다. 엄마한테서.
가끔 여기저기 자식들한테 전화를 걸곤 하시는데, 마실꾼들이 오지 않는 시간이 나처럼 여유롭지만은 않으신 모양이다.
부싯부싯 게으르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다 늦은 시간에 분식 몇 가지 사들고는 엄마한테 간다.
정말이지 노인의 고독은 생각만으로도 맘이 아파 못견디겠다.
불시에 들이닥친 딸이 너무도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여 들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삼십분 남짓 앉아 있다가 일어서지만 그것만으로도 엄마가 열심히 전화 돌린 보람이 넘친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궁남지에 들러본다.
눈과 얼음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날씨는 종일 찌뿌득해도 푸근해서 한바퀴 천천히 걸어본다.
그동안 춥긴 했나보다.
어느 해엔 버드나무잎이 한겨울에도 올리브 이파리정도의 푸르름은 유지하고 있었는데
올겨울은 인정사정없이 시들었다.
좀 있으니 그래도 겨울이라 바람이 싸늘하다.
어디서 왔는지 출사나온 사람들이 한무리 길떠날 채비를 하고 나는 집이 지척이니 얼른 돌아와 몸을 녹인다.
이삼일 계속 우울한 날씨이다보니 간절하게 푸른 하늘이 그립다.
꿈같은 봄날의 궁남지. 많이 기다려집니다.
'여행(우리나라) > 아름다운 부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여 임천 성흥산성(13.05.12) (0) | 2013.05.14 |
---|---|
무량사가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13.05.02) (0) | 2013.05.06 |
너무 화려한 계절의 장례, 무량사(12.11.11) (0) | 2012.11.12 |
성의 없이 찍은 백제문화제 현장 몇 컷(12.10.03) (0) | 2012.10.09 |
조명 듬뿍 받고 있는 궁남지 (0) | 2012.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