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이유도 없이 앓았다.
통 먹기도 어려웠고 골이 쏠려 고개를 어찌 가누어야 할지 난감했다.
의료보험비는 오로지 나보다 어려운 사람과 나눌 목적으로만 내는 걸로 생각해 온,
일년에 거의 한 번도 병원을 안 가던 내가 애 낳을 때 이후 이십여년 만에 처음 링겔도 한 병 맞는 호사를 누렸다.
여러가지 가다듬어지지 않는 감정과 생각도 아픈데 큰 몫을 했을거라 생각한다.
여러날을 운동을 거르다 작은 일부터 부딪히자며 몸을 추스려 운동을 나섰다.
열번이면 여덟 아홉번은 신호등에 걸리는, 그래서 의레이 그러려니 하는 궁남지 사거리에서
오늘도 여지없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한 노파가 폐지를 그득 싫은 리어커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한겨울 여덟시, 이 시각을 길에서 헤매는 노인의 삶이야 말할 것 없이 고되고 신산하리라.
가슴이 뭉클하다.
어쩌다 한 번 앓는 나는 그 며칠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칭얼대고 풀이 죽는데
어쩌면 그만한 고통 쯤이야 일상으로 끼고 살고 있을 저 노인은 과연 무슨 희망으로 견디는지 건방진 생각이 든다.
낱낱의 삶들은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집단의 그들은 이제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 공포가 되어 버렸다.
개인과 집단이 모순으로 충돌하는 현실이 화해하고 일치하는 때를 얼른 보고 싶다.
오롯이 내 처음 뭉클하는 감정 하나가 바로 정의이면 좋겠다.
통영의 여고생들이 골목길에 벽화를 그리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어찌 이쁘지 않으랴. 정말 눈물이 나게 이뻤다.
그럼에도 나는 프로그램을 보는 틈틈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정치색을 입혀가며 스스로 몰입을 방해했다.
골목의 억세 보이는 중노인이나 아이들의 부모에게...... 서글펐다.
정말 아이들은 그냥 맑고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나의 이 극단의 편집과 집착이 나도 고통스럽다.
나는 여러가지로 치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몸이 좋아졌듯, 마음도 곧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나는 강한 사람이고 대범한 사람이고 따뜻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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