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빵 하나에 행복해졌다가 의기소침 해질 수 있다는 것.
내가 고뇌하는 삶의 무게라는 게 참으로 의아한 순간이다.
아니다, 삶의 무게가 덧없는 게 아니라 그 짐을 진 이가 그러한 것이겠지.
크기가 작은 사람이라면 삶도 그만큼 가벼워야 할 거라는 생각이 절실한 순간이었다.
단팥빵 하나만큼 가볍기를.
무슨 말이냐면, ㅎㅎ 웃지 마시길...
군산 이성당의 오로지 팥으로 묵직한 단팥빵이 간절히 먹고 싶어서 군산에 갔다.
가는 길에 몇 개나 살까 행복하게 궁리도 해가며 말이다.
스무 개? 일주일도 안 갈 것 같다. 서른 개? 조금 아쉽다. 마흔 개? 좀 많으면 엄마도 드리고 동료에게도 한두 개 주지 뭐.
마흔 개로 혼자 낙찰을 보고 이성당에 도착했더니, 에효, 4일과 18일은 휴무랍디다... 할말을 잊었다.
무섭고 허접한 군산 cgv에서 "늑대소년"을 보는 동안에는 송중기가 안타깝고 달달한 팝콘을 먹느라 단팥빵을 잊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다시 단팥빵 생각에 속상해 죽겠는 거였다.
택배를 알아봐야겠다며 스스를 달래고 아쉬운대로 부여 파리바겟트에 들러보았더니 단팥빵은 품절이다.
생각해보니 영화보다도 단팥빵에 완전히 휘둘린 하루였다.
진눈깨비도 아니고 단팥빵에 홀리다니.
잡념이 가시도록 반드시 택배로 왕창 구입해 냉동실에 쟁여 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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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가는 길의 풍경이 참으로 스산하고 초췌하다.
황금빛 영광은 과연 찰라였구나,
이제 침묵의 오래도록 춥고 쓸쓸한 계절이구나 싶은게,
가을의 영광은 봄눈보다 더 덧없었다.
헐벗어 가는 풍경 위로 비가 내린다.
속속이 파고 드는 시린 비다.
오로지 따뜻함 만을 도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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