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임시 보관함(12.10.08)

heath1202 2012. 10. 9. 00:05

임시 보관함에 글의 목록이 많으면 행복하다.

글쓰는 사람도 아니면서 말이다.

목록이래야 한 두 줄 짜리 글들일 뿐이지만

혹시나 그것이 씨앗처럼 잔뿌리도 내리고 잎도 나고 가지도 뻗을지 모르는 일이니.

대부분은 쭉정이글이거나 기르는 재주가 없어 어느 날 슬그머니 죽어 버리겠지만,

희망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 같아 가끔 임시보관함을 열어 글목록을 확인해 보곤 한다.

 

임시 보관함의 글목록들을 열어 보다가 가끔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떠오르는 족족  한 줄 글이라도, 심지어는 한 단어라도

혹시 공허한 내 머릿속에서 스러질세라 잽싸게 임시보관함에 집어 넣지만

글의 목록수는 좀처럼 늘지 않는구나, 키워낼 능력이 없어 피난민 캠프같은 임시 보관함에서 생을 마치는 글들.

 

결국은 글을 장사 지내기 위해 간직한다 해도

정말이지, 잠시 머물다 스러지는 값싼 감정일망정 그악스럽게 보듬을 만큼

나는 간절하고 그렇게라도 내가, 내 감정이 살아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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