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볼 마음

귀가 어두운 개(12.09.05)

heath1202 2012. 9. 6. 00:06

내 짱똘이의 세계는 지금 적막강산이다.

지난 번 태풍 볼라벤이 몰아쳐 뜰은 쑥대밭인데

똘이의 세상은  굴속인양 그윽하고  똘이는 동요없이 따뜻한 털뭉치였다.

 

대문을 열어도 미동이 없고 귀에 대고 이놈, 아줌마 왔다 하고 나서야

머나면 딴 세상에 다녀온 듯 화들짝 놀라는 녀석은 이승이 의아하고

정신 들고 나서는 꽤나 나에게 무안한 듯하다.

종종 그렇게 세상에서 멀어져 있는 녀석이

나에게는 정말 가엾고 따뜻한 목숨이다.

짱똘이가 늙어 갈수록 나는 녀석에게 말이 많아지는 것 같다.

웅얼웅얼 늙은 짐승과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늘 하는 말은 "똘아, 오래오래 살아야한다."

녀석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나에 대한 연민의 이입일 수도 있겠다.

젊음이 사라진 자들의 동병상련 같은.

 

퇴근하고 돌아와 보면 현관 앞에 퍼질러 누운 늙은 짐승이

내가 없는 동안의 빈집의 온기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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