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가장 거친 바람이었다.
학교는 휴업을 하고 교사들만 출근하였다.
마음이 외진 히말라야 고갯마루 타르초처럼 거친 바람에 나부낀다.
그리고 안식없는 영혼처럼 슬프다.
운동장 가 벛나무 한그루가 바람에 넘어갔다.
지난 번에도 한 그루가 거센 바람에 허망하게 쓰러져
가지를 치고 지주대를 세워 회생을 도모했지만 그대로 죽어버렸다.
영 어린 나무도 아니건만 어찌 이리도 허망한가 싶다.
덩치에 비해 반전이다 싶게 뿌리가 빈약하구나.
다시 심어는 보겠지만 어린 것이 아니니 이미 목숨은 내려 놓았다.
기대가 없는 소망은 소망이 아닐터...
집에 돌아와
창 밖을 내다본다.
언덕 위 나무들은 허리가 접히는데
우묵한 곳에 들어 앉은 나의 집은 적막강산이다.
몇 년 만에 모처럼 푸짐하게 열린 감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란다.
이제껏 버텨온 기특했던 세월이 아까워 나도 모르게 탄식을 한다.
제발 악착같이 움켜쥐고 버텨보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감나무를 응원한다.
우리도 그렇다.
대지든 허공이든 무엇이라도 꼭 움켜야 한다.
그 마음이 우리를 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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