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외국)/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이젠 화산(12.07.31)

heath1202 2012. 8. 24. 18:44

브로모 화산에 다녀온 후 아침 식사와 샤워를 마치고 이젠 화산을 향해 길을 떠난다.

이젠 화산은 자바 섬의 남단.  발리가 지척이다.

장거리 여행이 지겨워 이제 다만 며칠이라도 얼른 한 군데에 둥지 틀고 싶은 맘 뿐이다.

족자에서 브로모 갈 때 처럼 그렇게 긴 여행도 아닐 뿐 더러 이제 곧 발리에서 쉴 생각을 하니

까짓 하루 쯤이야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화산 지역은 브로모 지역과는 풍광이 많이 다르다.

지금도 역력하게 화산 분출의 흔적이 남아 있긴 하지만 용암이 흐른 경로를 제외하고는

수목이 푸르게 우거진 싱그러운 산들이 첩첩 아름답다.

브로모 화산에서 그렇게 추위에 떨던 것과 달리(물론 그곳도 해 뜬 후에는 따뜻해졌지만) 이곳은 반팔을 입어도 무방할 정도다.

걸음에 따라 다르지만 한 시간 반 정도 올라가면 정상이다.

정상에 오르면 우선 규모가 큰 푸른 칼데라 호와 주위의 열린 시야가 시원하고 색다른 풍광이다.

저 아래 호수 옆에서 유황 짐꾼들이 유황을 채취해 올라오고 그 옆에선 끊임없이 유황 연기가 치솟고 있다.

(내가 갔을 때에는 다행이 바람이 도와 유황 연기를 별로 흡입하지 않았지만

그 유독한 연기를 늘 흡입할 수 밖에 없은 노동자들의 기대 수명은 서른 두살이라고, 다큐멘타리에서 보았다고 미국 청년이 말한다.

과장이 좀 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건강에 치명적일 거라는 것은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유황연기만 아니라면 오래도록 호수와 먼 산을 바라보며 정상에 앉아 있을 만하다.

 

(출처: 위키백과)

 

간 밤에 브로모 갈 때는 어두워서 주변이 어떤 풍경일지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미니버스의 소음과 요동으로 산간이구나 했고, 간간이 차창 밖의 어둠 속, 하얀 옷을 입은 무슬림들이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지나갔고

종착지에 도착했을 때 추워서 깜짝 놀랐고,

숙소의 어두운 조도와 한기 때문에 고양이 세수를 하고 고꾸라졌었다.

 

아침에 미션을 완수한 기분으로 브로모 지역을 떠날 때는 간밤의 수선이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느긋했다.

비탈을 일군다는 것이 생존의 문제 일 뿐 아니라 예술작업인가 싶을 정도로 꼼꼼이 공을 들였다. 

 

이 곳이 어젯밤 미니버스로 갈아 탔던 곳이다.  여기서 다시 이젠가는 차로 갈아 탄다.

일행은 우리 식구 넷, 미국인 청년 둘, 프랑스 여인네 둘, 그리고 운전기사다. 

 

 

도중에 차가 퍼져 버렸다. 너무도 착한 기사가 애를 써 보지만...

간신히 식당으로 끌고 가 점심을 먹으면서 다른 차가 오기를 기다겨 갈아타야 했다.

 

갑갑하다. 차를 고치는 동안 이렇게 행길 가에서... 그래도 화는 나지 않았다. 

 

 

가는 동안 해가 저물었다. 

이 끝간데 없는 숲이 어찌나 부럽던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부럽던 것은 어디를 가든 울창한 숲, 그리고 푸르름 즉, 풍요로움이었다.

 

쿠알라룸푸르의 반달이 이제 만월이 다 되어간다.

 

 

 

 

 

 

도로가 아주 열악하다. 비포장인데다 공사중이기도 해서 엉금엉금 가는게 세월없다.

 

 

다음 날도 브로모에서처럼 캄캄한 새벽 숙소에서 이젠으로 이동.

도착하니 어스름하다.

놀랍게도 이미 유황을 지고 내려온 노동자가 있다.

대체 몇 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지. 참 고단한 삶이다 싶다. 

 

아래에 운반해 놓은 유황

 

 

유황 운반 노동자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만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대체로 참 유순하다.

이 노동자들도 눈만 마주치면 무거운 짐을 진 채로 '헬로'하고 인사를 한다.

 

 

한 사람이 지는 유황의 무게가 얼마나 될 것 같은지? 

70~90킬로그램이라 한다.

유황이 보기에는 그래 보이지 않는데 엄청 무겁다.

남편은 지고 일어서지도 못했다.

이걸 지고 이 사람들은 하루 두 번 산을 내려 온다.

 

안개 낀 일대가 환상같다.

 

 

 

 

 

 

 

 

 

 

 

 

정상 부근은 화산 폭발로 이렇게 수목이 타 있다.

 

 

칼데라 호를 에워싸고 이렇게 시원하게 길이 있다.

 

 

 

저 아래 호수 곁에서 유황을 채취한다.  끊임없이 오르는 유황연기.

다행이 나 있는 쪽과는 반대 쪽으로 바람이 불었다.

 

 

 

 

 

 

 

 

 

 

 

 

 

 

 

 

 

 

 

이 경이로운 생명력

 

  

 

 

 

 

 

 

 

내내 같은 차를 탔던 미국인 청년들과 ... 

 

 

 

 

유황 연기가 산을 다 덮기 전에 얼른 내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