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뜰부터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이유없이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말할 상대가 없으니 혼자 중얼 거리거나 자문자답한다.
아, 정말 아프다. 어제 잠을 잘못 잤나? 잠이 부족한가?
아닌데... 개학이라 그렇게 늦지 않게 잤는데.
근데 왠 비가 이렇게 대책없이 퍼붓는담. 세상이 잠기려나 봐.
빗줄기가 어찌나 거센지 빗발치는 총알같은 빗발이야.
아닌게 아니라 여행에서 돌아온 후 참 비가 많이도 온다.
비 때문에 어디가 어떻다는 뉴스도 이제 심상해질 지경이다.
겪는 이들의 뼈아픈 고통이 남에겐 이렇게 쉽게 무디어지는구나. 내 일이 아니라고...
안녕이라는 말이 또 그렇게 덤덤하다.
이러구저러구 삶을 궁리한다는 것이 달라지는 것도 없이 피곤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며.
덤덤할 만하다면 충분히 안녕하다는 생각으로.
오랜만에 코트에 나가 요며칠 격하게 친 스쿼시 때문에 어깨가 아프거나 오른쪽 무릎이 살살 신경이 쓰인다거나
하는 것도 나의 안녕을 공고히 하도록 거드는 것이라 치부하며 덤덤하려고 한다.
스쿼시를 더 이상 칠 수 없게 되었을 때에도 덤덤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필 출근 시간이 되니 비가 가일층 거세다.
잠깐 망설이다 슬리퍼 바람으로 발을 적시며 종종거리지 않고 자박자박 걷는다.
차까지 가는 잠깐 사이 등짝이 흠뻑 젖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양.
젖고 나니 그 뿐, 아무렇지 않다.
차를 타고 나니 금세 언제 그랬냐는 양 비가 뚝 그쳐 나는 그냥 허탈하게 웃고 만다.
삶이... 내가 애쓴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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