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감히 특권층인 이유(12.06.29)

heath1202 2012. 6. 29. 12:14

허기가 지는 어느 날엔 하이에나처럼 킁킁 거리며 거리를 어슬렁거릴 때가 있다.

아,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

따스한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고 조물조물 한두가지 반찬을 만들어 상에 올려 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그런 일이 나에겐 판타지가 되어버린 지는 아주 오래다.

한 가족이 머리를 모으고  옹기종기 상에 둘러 앉은 모습이 참 눈물겹고 부러운 때도 있지만 

그것이 날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내가 선뜻 꿈꾸어볼 만한 것이 아니다.

 

일상을 바로 사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 아닌가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 소홀한 나의 삶은 숭숭 코 빠진 뜨개옷마냥  결이 거칠고 곧 풀릴 듯한 불안이 있다.

그러나 불안보다 더 해로운 것은 억압된 분노일 것이다.

삶을 가꾸고 닦는 일, 따뜻한 음식을 만드는 일, 아이들을 깔끔이 건사하는 일...

가끔이면 콧노래라도 부르며 할 일들이, 굴레처럼 고단한 노동이 되면 나를 갉고, 독을 품게 하는 것 아닌가.

하여 흐르는 대로 두자고 한지가 오래 되었다.

가끔 어디로 흐르는지 한 번씩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제껏 뽐낼 일이 없는 살림살이 였지만, 별일도 없었다.

그저 아이들은 나와 같이 먹는데 공 안들이는 여자로 자랐고 나는 그 점에 아무 문제를 느끼지 못하며

다만, 저희 아부지같은 남자 만나 가사일을 가지고 진빠지는 실랑이를 하지 말았으면 할 뿐이다.

 

나의 이기심의 승리이든, 이해와 배려의 덕분이든 나는 가사노동으로부터의 해방으로 보자면 대한민국 일퍼센트 이내의 특권층이라 할 만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특권층이라는 기고만장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부들 틈에서 나는 확실히 별종이다.

 

나보다 돈도 많고 아름다운 여자가 , 남편이 여행가지 말래, 혹은 오늘저녁 뭐해먹나, 진정 무거운 한숨을 쉴 때는

갑자기 그녀가 초라해보이고, 감히 내가 동정을 하게 되고 만다.

모든 여성들의 살림사는 일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만의 희생이 되었으면 한다.

명령이나 어떤 억압 때문에 짐을 지는 일은 설령 내 손으로 내 사랑하는 가족을 보살핀다 해도 마냥 행복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머니와 아내 또한 보살핌 받으면 안되는 대상이 아니다.  상호적인 사랑과 배려로 일상이 행복하길.

 

 

어쩌다보니 처음의 의도에서 많이 샜다.

ㅎㅎ

나는 가사노동을 방기한 아주 나쁜 예이니 무시해 주시고,

한국의 주부들,  일상이 수월하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