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집에 사람이 살지 않은 지가 반년이 넘었다.
아주머니가 알뜰살뜰 가꾸던 집 뒤 텃밭에 이제 망초가 가득하니 사람과 키를 잰다.
참 한 순간이로구나.
아침 저녁, 낮은 담 너머로 넘겨다 보는 저 집이 빈 집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무서울 때가 있다.
사람이 없을 뿐, 무언가 깃들어 있을 듯 싶은.
수십년을 살았던 옛주인의 기운, 오랜 동안 존재하며 스스로 갖게 된 집의 기운, 앞뜰 뒷뜰로 몰려 다니는 공기, 혹은 버려진 집의 냉기...
무엇이라도 오래된 빈집엔 깃든 것이 있다.
오늘 아침도 출근하며 망초꽃 하얀 옆집의 뒷뜰을 넘겨다본다.
이 시간은 아마도 모든 정령이 잠든 참 적막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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