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횡재다.
완전 대박, 십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한 선물이다.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갔다.
세 학년 해봐야 스물 두명이니 수학여행도 삼년에 한 번, 전교생이 간다. 그래도 버스 좌석이 남아 자리를 옮겨가며 앉는다.
하니, 인솔교사인 각 학년 담임3명에 교장 선생님도 학생 비율로 보면 많다면 많다.
나머지 교사는 아이들이 없으니 학교에 다 나오는 것도 비효율, 돌아가며 근무하기로 했다.
하여 사흘 중 이틀을 연가로 쓰기로 한 바, 오늘이 그 첫 연가일이다.
종일 단 한 번도 대문 밖을 나가지 않았다.
있는 밥 먹는 것도 귀찮아 종일 밥 한끼를 먹지 않고 굴러다니는 먹다남은 군것짓거리들을 한가지씩 정리해 나갔다.
물러가는 바나나 여섯개를 다 갈아 마시고(배가 꾸루룩거림.불길.), 비들거리며 말라가는 오이도 하나 먹고, 물오징어도 상할까봐 오븐에 구워먹고 씨리얼도 한 주먹 먹고 마른 떡도 한개 먹고, 홈쇼핑에서 산 세척된 사과도 한 개 먹고(씻어야 먹는 사과는 귀찮아 안먹으니 세척사과 사먹음) 그러다보니 하루해가 설핏하다.
하루 종일 컴퓨터 하고 동시에 홈표핑에서 물건을 두 가지 사고(화장품을 또 사다니... 죽을 때까지 바를 만큼 비비크림 축적 중. 애들한테 인심써야지. 그리고 또 세척사과 사고. 다섯개 밖에 안 남아 불안불안. 휴일이 없어야 함.늘 두 세가지 지른다니까. 하지만 백화점이나 가게를 거진 안 가니 걸로 자기변명 내지는 자위. ) 그게 다였다.
허무해라.
베란다 창너머로 뒷밭을 넘겨다보니 애들이 목말라 죽겠다고...하여 가책으로 꾸역꾸역 무거운 몸을 일으켜(다이어트는 개뿔. 일킬로 확실히 뺀 거 복구 중) 호스를 들고 뒷담을 넘었다. 애네들 심은 후 보름이 다 되어 가는데 단 한번도 비가 오지 않았다. 남의 고구마는 두 뼘은 뻗었던데, 내꺼는 내내 몸살하고 이제 새 잎이 한 두잎씩 돋는 중이다. 얼마 되지도 않는데 간간히 죽은 녀석도 있고.ㅠㅠ. 듬뿍 물을 주고 나니 영토확장의 욕심이 불끈 치밀어 무섭게 자라는 잡초를 뽑다보니 팔목이 아파와 스쿼시 못칠세라 애고 무서라 얼른 중단하고 스쿼시 치러 갈 준비,드디어 오늘 첨으로 씻는다는 걸 해 보려고 한다. 안씻어서 머리에서 냄새 나는 기분인데,..아까우니 운동한 후에 감아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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