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안개 속에 외진 가로등불이 해체되고 있다
삼투압처럼 안개는 빛으로 밀고 들어오고
빛은 안개 속으로 젖어 가고 있다
저멀리 작은 소읍, 점점 노란 등불 중에
한 점 자신의 것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차들은 쌩쌩 내달리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개 속에 철퍼덕 거리다가
안개가 될지도 모른다
집에 가는 길이 점점 지워지고 있으니
삶에 경계를 잃어온 공포와 절망이
불현듯 정신이 든 듯 서둘라고 등짝을 친다
모두가 돌아가는 시간에 나는 길에 나서 있다
숙제처럼 이 길을 목도해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이 흐물거리며 녹아 내리는 이 몽환 속에서
나는 서늘한 칼끝의 피맛을 느껴야 할 것 같다
뭉근한 혀를 예리하게 긋고 가는 그 죽음의 공포
나는 실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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