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나의 금기(11.11.17)

heath1202 2011. 11. 17. 16:22

 

 

 

누군가를 보내고 차마 문 잠그는 소리를 낼 수는 없는 일이다.

대문이든 현관문이든, 그이의 발걸음이 멀어질 때까지 문을 잡고 서 있는다.

사람에 따라선 때때로 그 몇 초의 시간이 몇 분인 양 조금 지루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등을 떠밀어 쫓아낸 것이 아니라면 누구의 등뒤에서 차마 딸깍 소리를 낼 수는 없다. 

딸깍, 철벽같이 단호한 차단과 거부의 발효

아무리 분칠이 곱고 매무새가 말쑥한 신사 숙녀라 해도, 뒷모습이 명랑한 사람은 별로 없다.

삶의 무거움과 덧없음이 대개는 등에만 실리는 건가.

하여 천박하거나 탐욕스러운 얼굴이  굽은 등짝에 얹힌 삶의 함축으로 너그러이 용서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등을 가볍게 치거나 쓸어주는 사소한 행동이 어쩌면 이리도 드문 일인가

내 품에 누군가를 따뜻이 품어본지가 언제인가.

하여 그도 춥고 나도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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