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아침에 일찍 눈을 떴다. 산에 갈 수 있을까 확신이 안 선다. 가는 빗줄기도 간간이 뿌리고 구름이 두텁다. 산에 가서 비라도 만나면 큰일이지.
잠시 고민을 하다 영화를 검색해 보았는데, 보고 싶은 "돼지의 왕"은 공주에서 하지 않는다. 다른 영화들은 오늘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마곡사에나 가볼까나 하다가 뜬금없이 탑정저수지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 그쪽은 내 눈에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곳의 하나다. 과수원과 마을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마을길이 과수원 사잇길이고 골목도 과수원 사잇길이다. 사과, 배, 감이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을 부자로 만들고 부러움을 자아낸다.
비가 내리는 탑정 저수지는 맑은 날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빗낱이 제법 굵다.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러 과수원 사잇길로 간 카페 '에땅'과 '하늘보리'는 오늘 공교롭게 문을 닫았다. 그곳에선 저수지가 마당 끝에 있다. 돌아 나오다 무지무지 하게 굵은 대봉 한 접을 샀다. 하도 굵어 8만원이나 한다. 하나도 썪히지 말고 잘 갈무리 해야겠다. 겨우살이 준비를 마친 듯 든든하다.
맛집 순례 같은 거 안 좋아 하지만 내처 전라북도 완주의 화산면에까지 진출해 붕어찜을 먹었다. 게걸스럽게, 맛있게 먹었다. 유튜브로 신나게 음악 찾아 들으며 우중을 쏘다녔다. 이런 평화, 그냥 이렇게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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