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갈길이 바빠도 이보다 더 급한 일은 없을 듯 했다.
고꾸라질 듯 달리는 차라도 세워야 하는, 얼마남지 않은 저녁햇살 아래 억새 황홀경.
지난 주 내내 바빴고, 요번 주도 이렇게 해가 남아 퇴근하기는 처음이었다.
눈처럼 하얀 억새는 역광 상태, 붉은 억새는 순광 상태에서.
진즉에 가봤어야 했는데 며칠을 비꼈다고 이미 억새는 절정을 지나 윤기를 잃고 있었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나는 억새를 놓치지 않았고, 이렇게 아름다운 한 순간을 내 마음에 담았다.
역광에서...
순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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