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속에 하루 행군의 마무리를 쁘레룹에서 한다. 쁘레룹은 앙코르 지역의 일몰 포인트 중의 하나다. 예전엔 앙코르 왓(요즘도 개방하는지 모르겠다)과 프놈바껭에서 일몰을 보곤 했는데, 그곳엔 사람이 넘쳐날거라 생각하니 지레 망설여지던차, 남편이 프레룹을 제안하였던 것이다. 참 이상도 하지. 세계의 여행서가 다 같은지, 생김새는 다 달라도 몰려다니는건 다 비슷하다. 느지막이 프레룹에 가니, 이미 부지런한 사람들로 좋은 자리는 다 차 있다. 숙제를 하듯, 일몰과 일출을 챙기는 사람들. 하지만, 그것만은 알아주자. 살면서 이렇게 진정성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래서 참 우루루 몰려도 다니는구나 싶어 우습다가도, 모두가 나와 같은 마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방미알리아나 따프롬 같은 데서 느끼게 되는 감정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쁘레룹에선 느껴진다. 공포감마저 느껴지는 전자의 유적들과는 달리, 이 곳에서는 그저 덧없고 하염없는 세월이 느껴질 따름이다. 시간에 마모되어가는, 역사성조차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축물들. 한편 마음이 참으로 편안해진다. 편안하게 엉덩이 붙이고 다 내려놓고 싶어진다.
저물 녘이 다 되어 쁘레룹에 간다.
이미 요지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있고
오늘 할 일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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