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외국)/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 앙코르 왓 일출

heath1202 2011. 3. 24. 02:00

    달고 단 새벽잠을 반납하고 일출을 보러가는 이유는 무얼까.  새해 일출도 못보는 내가 그래도 앙코르 왓 새벽일출을 보러왔다. 일출이든 일몰이든 제대로 보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간절함으로 일출이나 일몰의 명소들을 찾아 몰려다닌다.  서양인이든 동양인이든 한결같다.  그러고보면 이건 단순히 해를 보는 차원 이상의 것이 있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행위라 생각한다.  "내가 지금 이자리에 있다"라는 것.  예전에도 앙코르 왓이나 스라스랑에서 새벽 한기에 소스라쳐가며 해뜨기를 기다린적이 있다.  실상 날이 맑아도 우리가 사진에서 보듯 선연한 해를 보기는 쉽지 않다.  어느 결에 보면 참 싱겁게도 해가 올라와있다.  빨간 해가 아닌, 허연 해가.

올해는 이곳에서 일출 보기가 더 쉽지 않은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연일 아침이 매우 흐려 있었다.  심지어 빗낱이 들 때 조차 있었다.  연일 일출보러 나서는 이들이 있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 것 같다.  컴컴한 새벽, 이 머나먼 나라의 신전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그 행위자체가 소중하고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혹시 아름다운 일출을 보았다면 그것은 아주 운이 좋아 얻은 덤인 것이고.  그러므로, 멋진 일출을 못볼 확률 100%라 해도 나는 컴컴한 새벽길, 앙코르 왓에 다시 올 것이다.

 

 

 해뜨기는 아주 멀었고, 달달한 커피 한 잔을 주문한다.  한참 꿈나라에 있어야 할 어린 꼬마가 주문을 받으며 톡톡히 한 몫 한다.  어두워 꼬마가 플래시로 메뉴를 비춰준다.

 

기다림은 이렇게 간절하다.  부지런히 나섰건만, 이미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편한 자리를 다 차지해버렸다.

 

 

 

 

  

촬영 포인트는 이곳 연못이다.  물위에 앙코르왓의 탑들이 비치는 것이 꽤나 신비롭다.  점점 붉게 빛깔을 내기 시작하는 수련도.  사실, 이 연못은 엄청 옹색하지만 원효대사의 철학처럼 보기 나름이다.

 

삼각대도 없고, 어둠을 찍어본 경험도 없어서 사진이 영 서운하다.  조금씩 밝아오는 것이 잘 분간이나 되려나.

 

 

 

 

 

 

 

 

 

  

 

 

 

해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몇몇 관람객들은 끝까지 기다리는 간절함을 보였다.

 

빠져 나가고 있는 사람들.  또다른 일출 관람 포인트인 입구 회랑 앞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얼른 나가 아침먹고 또 유적지순례의 강행군을 해야한다.

 

옅은 오렌지색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앙코르 지역의 관광 종사원(가이드라든지, 기타...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들이다.  이 아가씨, 참 졸음에 겨워 보인다. 이렇게 이른 시각부터 사람들을 맞는게 참 고단한 일이겠단 생각이 든다.

 

앙코르 왓을 에워싸고 있는 해자.  고요한 것이 참 그윽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