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여행중에 아주 좋은 분을 사귀었답니다. 작년에도 그분 뵈러 산동에 왔었는데, 일년만에 다시 왔습니다. 술 좋아하시는 그분을 위해 한산 소곡주 한병 덜렁덜렁 들구요. 작년엔 아랫동네를 거닐었었는데, 올핸 더 윗쪽 상위마을을 돌았는데, 꽃이 만개하진 않았지만, 조금 더 일찍 봄을 맞는데 자위하면서, 그리고 기분이 한껏 고조되었기에 별로 서운한 맘 없이 산수유 환한 마을을 행복하게 거닐었습니다. 시골 할머니들이 만드신 모양 안나지만 제대로 조청맛이 나는 산자랑, 이제껏 먹어본 곶감중에 젤 맛있는, 정말 옛날 곶감도 사먹고, 도시에 사는 시어머님을 위해 시래기도 샀습니다. 집을 나서지 않으면, 꽃이 피는지 지는지도 모르고 철이 가는데, 무거운 몸을 부싯부싯 일으켜 길을 나서면, 이렇게 풍요로운 계절의 선물에 또 한철이 거뜬할 것 같습니다. 주변에 예기치 않은 슬픔들로 많이 가라앉아 있었는데, 이제 좀 털고 힘을 낼수 있겠습니다.
4월 첫 주는 흐드러진 산수유에 지금 죽어도 좋겠다 싶을 거예요.
오랜만에 만난 남편과 그분은 시종 다정히 얘기를 나누고 나는 혼자 홀가분하게 사진 찍고 다녔습니다.
환한 산수유를 안고 사는 이 곳 분들의 봄은 우울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봄볕에 어룽이는 잔 물살
그야말로 수명이 얼추 다되어 보이는 고목에도 몇 송이 꽃이 피었습니다.
사진 중 압권은 남편의 분홍 시래기 봉지 ㅋㅋ. 어머니의 붕어찜을 먹을땐 뿌듯할 거예요.
마을에 조그만 찻집 안내.
허름한 지붕을 찬란히 밝혀주는 산수유
좋아죽겠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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