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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나의 개 짱돌이 땜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 짱돌이가 얼마 전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이미 열두살 가까이 되었으니 개로서 서운치 않을 만큼 살았다고들 하는데, 그래도 목숨이 귀한 건 마찬가지 같다.
녀석은 우리집에 오기 전에는 티비에 나오는 다른 말티즈들처럼 고이 보살핌을 받으며 살았다. 따뜻한 실내에서 살고 이쁜 제 잠자리도 있고 외출할 땐 옷도 입고 주기적으로 미용도 하고. 그러나 우리집에 오면서 그녀석의 삶은 백팔십도 달라졌다. 우리집에선 절대 개가 집안에서 살수 없었으니. 행색은 초라해지고 겨울은 더욱 추워졌다. 한편 녀석에게 좋은 점이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녀석이 좁은 마당이나마 실컷 뛰어놀수 있었다는 것. 똥강아지 친구와. 북실북실한 털을 가졌으면서도 겨울이면 유난히 추위를 타는 녀석이 안스러웠지만 녀석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다. 작년에 귀가 아팠던 것 말고는 그간 큰 병치레 없이 잘 살아왔었다. 그래서 안이하게 생각했고, 이제야 후회에 가슴을 치는 것이다.
안고 빨며 기르지는 않았지만 나하고는 꽤나 각별히 정이 들었다. 내가 마당에서 풀 뽑는 시간이 많다보니 식구들 중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많았다. 풀 뽑다보면 놀아달라고 앞발로 쿡쿡 찌르거나 겨드랑이 속으로 파고 들고, 나도 그런 녀석이 싫지 않아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내가 상대해 주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외면하면 처량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던 녀석이 이제 병색이 완연하다. 나의 무지로 병이 커졌다. 그런데 숨이 가빠 허덕이면서도 퇴근할때면 허겁지겁 대문으로 뛰어온다. 심장에 무리가 안가도록 줄로 묶어 활동을 못하게 하라는데 차마 그렇게 못하겠다. 곰곰 녀석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깨끗이 씻겨놓아도 기침을 하느라 눈물 범벅이라 얼굴은 늘 엉망이다. 병색도 완연해서 더욱 추레해보인다. 말을 건넨다. 가여워서 어쩌니. 제 생명이 야금야금 갉아 먹히는 것도 모른채 눈만 맞춰주면 좋아라 한다. 누가 그랬다. 개는 숨을 놓을 때까지 주인이 불러주면 꼬리를 흔든다고. 그마음을 제대로 읽어주지 않는 인간으로서 한없이 가엾고 또 미안하다. 그래서 눈을 맞춰주고 얘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내가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에 대한, 그리고 나를 사랑한 그 감정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녀석을 치료할 약도 없다. 조금씩 사위어가는 그녀석의 목숨에 대해, 그리고 모든 목숨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이제 녀석은 내 삶에서 퇴장할 것이다. 내 삶의 오분의 일을 함께 했던 녀석이 말이다. 녀석을 위해 내가 할수 있는 것은 많이 먹이고 많이 얘기해주고 많이 쓰다듬어 주는 것 밖에 달리 없다. 그래서 마음 아파하며 그렇게 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니... 그말 밖에 해줄 말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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