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불행아

heath1202 2010. 9. 10. 01:55

섣부른 생각으로 요즘 내 정서의 기조는 우울과 허무인가 보구나.

 

요즘은 무슨 생각인지 옛것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내 삶의 과정에서 한때 스쳤거나 잠시 깃들었던 것들, 사람들...

그러면서 싸하게 느끼는 소슬한 감정. 

분명 가을이라서  아니면 나이를 먹어가느라, 아니면 방만한 감정을 억압할 '생활'이 없는 탓이겠지만,

때때로 죽음의 공포까지 생생히 동반하며 생활에 서서히 스며드는 이 감정이 

나는 실감나게 두려울 때가 있다.

오늘도 온갖 것 다 헤집었다.

좋아했던 시, 좋아했던 노래, 그리고 사람들...

추억을 돌이킬 때 혼자 배시시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러나 살아온 궤적이 길어갈수록 추억으로 빈곤한 삶을 윤색하는 게 처량하고 안쓰럽다.

갈피없는 생각은 머릿속을 심란스레 소요하고,

나는 한번쯤 와앙 울었으면 싶다.

 

늦은 시각에 막무가내로 '불행아'를 듣는 이 심사는 무엇이냐.

불행을 주문거는 것이냐.

집이 조금 외져서 그나마 다행이지, 여러 사람 잠깨워 우울을 독려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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