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귀휴(10.07.29-31)

heath1202 2010. 8. 1. 02:38

금요일 네시,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수생들이 주창장으로 내닫는다.  후훗.  모두가 같은 마음인가보다.

이젠 제법 합숙생활에 적응이 되어 그닥 힘들지도 않은데, 집으로 향하는 마음은 원초적 본능인가보다.

나도 그랬다.  정신없이 집으로 내달렸다.  웃긴건 그래봤자 집에는 가족도 없다. 

이웃 아주머니께 밥얻어먹으며 주인을 며칠이나 못보고 있는지도 모를 못생긴 강아지 두마리 뿐이다.

내가 연수에 징집되었다니, 남편은 몽골로 가버렸다.  두 딸은 서울에서 나 못지 않게 바삐 살고 있다.

집의 몰골은 안봐도 비디오다. 

허겁지겁 들어서니 마당이며 화단의 잡초가 서로 키를 재며 나를 낙담시킨다. 

연수 가기전에 일차로 손을 봐 주었고 지난주에도 비지땀을 흘리며 한번 훑어 주었는데....

 

금요일, 일주일치 배변 뿐 아니라 스쿼시를 몰아치는 날이다.  지난 주에도 죽지 않을만큼 뛰었는데

오랜 만이어서 그런지 별보여 혼났었다.  오늘도 별봐야지.ㅎㅎ

그런데, 헐, Damn. 휴가인가보다.  문닫았다.  연락 좀 해주지.

 

토요일. 어김없이 일찌감치 눈을 떴다.  하루가 오져 죽겠다. 

밥은 안할 것이므로 식빵이며 샌드위치며 연수원에서 못먹는 것으로 골라 이틀치 식량을 비축했다. 

대학원 다닐때 조금 보고만 책들을 연수에 도움이 될까 찾아보는 기특한 짓을 하고,

참참이 마당이며 화단 제초를 하느라 무려 샤워를 세번이나 하고,

오랫동안 끊었던 홈쇼핑에서 그릇을 사 엄마한테 배달시키고,

휴가온 동생네 밥사주고,...

여덟시 반부터 주구장창 티비시청과 컴퓨터를 동시에 하고 있다. 

 

컴퓨터하고 있는데 서울 센트럴 남성합창단이 "금관의 예수"를 불러서 깜짝 놀랐다.  언젯적 노래를...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타지마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고 있다.

당시 동양의 사랑은 관습적이었댔는데, 샤자한 황제와 뭄타즈마할 왕비의 사랑은 참으로 사적이었단다.

왕비가 열네번째 아이를 낳고 죽을 때까지 하렘에 무수한 여인들이 있음에도 왕은 오직 왕비만 사랑했단다. 

당시로선 참으로 이례적이었다는데, 이유가 무엇이엇을까나.

당시에 일편단심이 미덕도 아니었을진대, 또 인간은 관습적인 동물이 아니던가.

참 특별한 사람들이고 사랑이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왕비가 죽은 뒤에, 왕은 국고를 탕진해가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묘를 지었고,

결국은 왕비가 낳은 왕자에 의해 폐위되어 레드포트에 유폐되어 창밖으로 타지마할을 보며 왕비를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죽어 오직 하나의 사랑이었던 왕비곁에 묻혔다.

계절 대학원 할 때 딸들하고 남편이 인도에 갔었는데 참 부러웠댔다.

혹시 올 겨울에 갈 수 있으려나... 남편이 인도에 두번을 갔다왔는데 또 가고 싶단다. 

근데, 둘째애가 다시 입시공부를 시작해서 어떨래나... 미대라 시험기간이 길다.ㅠㅠㅠ

 

아, 내가 좋아하는 티비동물농장하고 있네? 얼렁 이거 접고 봐야겠다.ㅋㅋ

 

 과제가 몇가지나  있는데 내일을 믿고 미루고 있다.ㅠㅠ

 

 

비온 뒤 소나무에 맺힌 물방울^^

 

뒤뜰에 마지막 남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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