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의 값.
요며칠, 심장 사상충에 걸려 죽음을 품고 사는 나의 개 짱돌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니면서 많이 해본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치료비가 만만치 않았다. 약간의 갈등끝에 나는 치료를 선택했다. 결정을 망설이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첫째, 짱돌이가 사람나이로 치면 이미 칠십 줄을 넘어섰다는 것, 둘째는 나의 허영심을 채워줄만큼 남 앞에 예쁘지 않은, 즉 남들이 돈 들이는 것을 갸웃할 만큼 초라한 개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치료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무어일까. 아마도 고통으로 숨을 헐떡이면서도 주인을 보면 안간힘을 쓸 가여운 목숨에 대한 연민과, 나날이 다가오는 죽음을 맞아야 하는 공포, 그리고 훈훈한 자기에 대한 만족이 복합된 것이겠지.
치료를 결정한 후에도 나는 얼마동안은 틈틈이 참 치졸한 나 자신을 확인하곤 했다. 그러지 않을 거였지만 그럼에도 그 녀석의 목숨을 내가 요즘 가지고 싶은 것들( 펜 카메라 후래시나 라이더 가죽 자켓, 휴대전화보다 더 작은 이쁜 디카 따위)로 치환을 해보는 것이었다. 짱돌이 목숨과 카메라 후래시, 짱돌이 목숨과 가죽자켓, 짱돌이 목숨과 ixus 카메라...액수를 가지고 조금 아깝다 할 때는 내 자신이 그렇게까지 한심스럽지 않았는데, 그냥 사람맘이 조금은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구체적인 물건들로 바꾸어 놓고 보니, 녀석의 목숨이 그야말로 물건인 것이었다. 눈물도 없고 온기도 없는, 탁자위에도 툭 던져놓고, 잃어버리기도 하는 그냥 물건 말이다. 그러고 보니 녀석만큼이나 나 자신도 가여운 인간이었다. 늘 쿨하고 싶었던 나라는 인간의 밑바닥은 그랬던 것이다.
엊그제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가면서 내 맘은 해방된 듯하다. 이미 치료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으니 이제 녀석의 목숨도 그대로 목숨인 것이다. 이미 돈은 치루어졌고, 녀석의 따뜻하고 포근한 목숨만 남았다.
필요한 물건들은 차차로 마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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