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장례식장에서(10.06.15)

heath1202 2010. 6. 22. 13:25

 장례식장에 왔다.  어느 장례식장이나 거의 똑같은 메뉴의 식사를 아무 맛도 모른채 입에 떠넣는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그간의 세월을 성큼 건너와  이십년 전처럼 떠드는 것을 보며 아, 사람은 참 변치 않는구나 신기해 하다,  금세 화제가 궁해져 어색한 침묵이 간간히 끼어들면 마음 한켠에 조바심이 일고 상대에게 괜시리 미안해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대화소리가 왕왕거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자리를 뜨거나 잠시 바람을 쐬야 할 때이다.

 

장례식장 뒤쪽, 한갖진 곳에 금강을 향해 의자가 놓여있다.  피난처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있을테니.  조금씩 해가 거의 넘어 간다.  해가 넘어갈 때까지만 잠시만 쉬기로 하자.  왜냐하면 장례식장이고 이별의 의식을 치루는 다른 이들을 위해 나의 고단을 조금은 참을 줄도 알아야 하겠기에.

 

어두어지는 물빛. 

 

  

 

 

 

 

 

 

죽음에 대해 얘기를 한다.  살아있는 것이 그러해야 하듯, 죽음도 존엄해야 한다는 당연한 얘기를.  당연하나 끝이 안나는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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