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이상한 나들이(10.06.20)

heath1202 2010. 6. 22. 18:43

    난 맛집 순례 같은데엔 도통 관심이 없는 편이다.  일상에서 제대로 된 식사라고는 그나마 점심 급식이 다다.  다른 끼니는 아주 정확히 액체 요구르트에 적신 식빵 두 쪽이 나의 주식이다.  거기다 계란 하나, 과일 한 두가지.  또는 가끔 군것질.  물리지도 않으니 나의 주식으로 자리매김 한 셈이다.  글쎄, 남들이 보면 불쌍해할까?  게을러 가지곤...  하지만 나는 바랄바 없이 편하니 되었다.

    나는 요리에 그다지 흥미와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먹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나는 요리를 숙제로 안고 살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찌 되었던 그탓에 애들도 부엌일엔 귀차니스트로 자랐지만 그렇다고 크게 뭘 잃었다고 여기진 않는다. 엄마의 정성이 부족해서 성격적으로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그건 아직 감지하지 못했다.  그냥 음식을 캐주얼하게 먹을 뿐. 

   사람마다 제각기 재주와 흥미가 다르다.  내 애들이 나중에 나처럼 산다면 더없이 복받았다고 여긴다.  동료들이 날마다  퇴근무렵이면 '오늘 저녘 뭐해먹나' 근심하는 걸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때가 종종 있다.  합숙 연수받고 끝날 무렵이면 여자 동료들의 일성은 ' 밥 안해먹고 살아 좋았는데...'이다.  ㅎㅎ.  시쳇말로 살기위해 먹는지 먹기 위해 사는지...하기 싫다고 다 않하고 살수는 없지만, 다하고 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여 나의 한주 주중 식비는 삼만원 이내이고, 주말에 외식을 통해 메뉴의 다양성을 보강한다.  그래서 군산에 가게 된거다.  어떤 맛집 블로그 보고서.  솔직히 맛집이란데 맘먹고 간게 첨이었다.  근데, 헐~  발디딜 틈이 없다.  딸은 맛집에선 줄 서 기다리는게 예의라 했지만 식사에 초탈한 나로선... 한시간을 은파유원지에서 놀다가 돌아왔더니 이젠 기다려도 자리가 아예 가망이 없단다.   그곳이 "한주옥"이란 데인데...  두번이나 퇴짜맞은 한주옥, 언제 가보긴 가볼거다.  메뉴 말고, 가격 말고, 다른 이유가 뭔지 알아보게.

그리하여 다른 게장집에 가서 더 훨씬 더 비싸게, 더 단출한 메뉴로 식사를 했지만,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여차저차해서 가게된 유원지.  최선이 아니면 차선으로,  아니면 차선을 최선으로 ㅋㅋ 부녀가 아주 다정하다.  모처럼 막둥이 애물단지가 함께 해서 더욱 즐거운 나들이였다.

 

 

  

뭔 할 얘기가 저리도 많은지...딸 비위 맞추느라 늘 전전긍긍인 아부지.

 

 

 

  

 

돌아오는 길에 ㅎㅁㅇㅇ 들렀다.  이곳은 문닫은 카페/레스토랑인데 남편이 안타까워 죽을라 한다.  돈없어 못사는 것이 한이다.  돈도 없지만 사서 어쩔라구.  어찌 되었던 사람의 훈김이 없으니 하루가 다르게 쇠락해가는 모습이 마음을 쓸쓸하게 만든다.  한때 이쁘던 등도 다 깨졌고, 철난간도 죄 녹이 슬었으며 칠이 벗겨진 나무는 비바람에 삭아간다.    

 

유리창에 비친 부녀.  실내엔 집기가 그대로 남아 소파며 탁자보가 빛바래고 얼룩이 져 있다.  이러다가 폐가를 넘어 흉가가 될 것만 같다.  이러다가 공포영화 찍으로 올것같다.  누구라도 돈 좀 있으면 빨리 인수했으면 좋겠다.

 

녹슬어가는 간판.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고 한쪽면은 창문까지 담쟁이덩쿨이 다 덮어버렸다.

 

썰물로 발이 묶인 조각배. 우리 삶에도 이렇게 대책없을 때가 가끔 있지.

 

 

 

 

 

 

 

참 인적도 없다.  공원을 가꿀 때엔 포부도 나름 있었을텐데, 이젠 관리도 안되고 이렇게 잡초만 무성하니 사람을 쫓고 있다.

 

기분전환용 보너스.  별건 아니지만 분홍빛깔이 하늘과 잘 대비되어...ㅋㅋ

 

'삶의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지개를 좇아('10.07.11)  (0) 2010.07.12
고운 꽃을 보는 환희와 허무  (0) 2010.07.03
장례식장에서(10.06.15)  (0) 2010.06.22
사소한 일상에서  (0) 2010.06.14
아미산 신록에 반해서...  (0) 201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