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양주,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운 세월이 되어
눈물바람하며 가난한 자식에게로 떠나갔다.
하여,
가난한 삶처럼 미미하던 등이 그나마 꺼지고
빈집은 사랑잃은 내 마음보다 더욱 쓸쓸했다.
빈집은 저 홀로 야위어갔다.
어느날,
사람이 깃들었다.
사는게 번듯한 사람은 아닐테니
살림도 옹색하고 행색도 그러했다.
허나,
며칠을 벽에 못을 치고 울타리도 다듬고
밤에는 처마끝에 환히 불도 밝혀
내 밤길이 든든했다.
와르르 쏟아지는 웃음소리에 슬그머니 내 웃음도 보탰었다.
말이 거칠고 목청이 크고 잘 웃는 이웃이었다.
두어달, 나에게 새로운 이웃이 있었다.
어느날,
적막했다.
마당에 회색 양말도 한 켤레 걸려있고 벽에 낡은 옷가지도 걸려있고
더우기 빨래줄엔 빨래집게가 한가득 흐뭇했는데
내 맘이 덜컥 내려앉았다.
적막해서 무섭고
싸한 냉기가 마음에 끼쳤다.
잠시 머물다 갔다.
한 번 인사도 없었다.
그리고 가끔씩 나는 빨래집게를 헤아렸다.
보이는 게 여섯 개.
빈집을 들여다보기는 참으로 두려워서,
불쑥 누군가 깊은 어둠속에서 뉘요 할 것 같아
그냥 이만치 내집에서 올려다만 보았다.
나의 고독보다 더 아득히 홀로인 집을.
요 며칠새 봄볕이 무르익고
햇살이 눈부셔
눈물이 어룽이던 날
망연해서 차라리 잠들고 싶었던날,
얼핏 노란 개나리 울타리 밑을
푸른 돗나물을 캐고 있었는지
햇살 환한 빈 마당을 누군가 얼핏 지나갔는지
잠시 정신을 놓은 채 흐드러지게 꿈에 잠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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