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두 번 있는 같은 학번 친구들과의 모임이 부여에서 있었다.
가장 한가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어떨 결에 모임 주관자가 되었는데 나 편하자고 이번 모임을 부여에서 갖기를 제안했더니 벗들이 흔쾌히 응해주어
책임감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다.
거기다 마땅한 숙소가 많지 않은 부여에 작은 펜션 하나가 생겼는데 전에 이용해 보니 관리가 꽤 청결히 유지되고 있어 또한 숙소고민도 덜었다.
친구들이 오기 전 숙소 근처에 미리 나가 혼자 시간을 좀 보냈다.
부여에 오래 살아왔지만 워낙 관심도 부족하고 활동성도 없다보니 아직도 읍내 구석구석을 잘 알지는 못한다.
문학관 근처도 그렇다.
하지만 벗들을 기다리는, 시간에서 놓여난 듯 한가로운 늦은 오후, 소읍의 골목길은 참도 적막하여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려 보아도 어쩌다 한 두 사람 지나칠 뿐이다.
참 조용해서 또한 참 좋은 동네같은 기분이 든다.
마당이 없는 몇몇 집에서 길가에 내어놓은 화분에서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가난에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을 보인다.
일 끝나고 허겁지겁 부여로 내달았으련만 벗들은 좀 늦었고 나는 문학관 적막한 마당에 앉아 지루한 줄 모르고 모처럼 상념에 잠겨 보았다.
나이 먹으며 음주량이 현격하게 줄어 비켜갈 수 없는 세월을 절감하게 했지만 대신 맑은 정신으로 새벽을 보기까지 대화를 이었던 모임이었다.
지방선거 얘기부터 각각의 현장문제까지 그간의 모임 중 단연 진지하고 건강하고 발전적인 대화가 있었던 모임이었다.
집안행사로 일찍 벗들과 작별하고 사전투표를 했다. 한 장을 잘못 기표하여 나중에 지인들로부터 엄청 놀림을 받았다. 투표권 박탈해야 한다고.
결과가 뜻대로 되었으니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욕먹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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