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장 시간이 머잖은 시각에 마트에 들렀더니 딸기박스가 산더미다. 이미 눈에 띄게 신선도가 떨어져 있다. 마음이 심란하다. 팔리지 않은 딸기는 어떻게 처분될까. 그래서 혼자 먹긴 좀 많지만 1킬로 한박스를 샀다. 5천원. 싸다. 어느 때부턴가 소소한 물품의 가치기준으로 삼게된 커피 한잔 값에 비하면 턱없이 싸다. 폐장 때가 되면 덤핑으로 더 싸게 팔지도 모르겠다. 딸기는 하룻밤이면상품으로서의 수명이 다 할테니.
로컬 푸드마켓에 가서 별로 필요치 않은 농산품을 산다는 벗이 생각난다.즈키니 서너개가 고작 천 오백원이더라고 벗은 한탄을 한다. 난방비에 농부들의 노고로 생산된 물건들이 그나마도 안팔리면 어쩌냐며 그래서 결국 버리게 될지언정 사게 된다고 했다.
친구나 나나 어쩌면 나이브한 온정주의자이고 자본주의형 인간은 절대 못되는 걸 안다. 알지만 그러한 태도가 변치는 않을 것이다. 친구도 나도 이런 사람이어서 서로가 좋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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