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저녁노을(17.10.8)

heath1202 2017. 10. 9. 16:47

 

길고양이들의 밥때가 늦었습니다.

해가 지는 줄을 알면서도 갈수록 무거워져가는 몸이 유난히 중력에서 헤어나기 힘든 날이었습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연민과 의무감이 허물어지는 몸을 일으켜 세우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겠죠.

걔들을 먹이기 전엔 나도 맛있는 식사가 어렵겠다 싶어 마침내 사료 반 양푼 퍼들고 나섭니다.

이미 날은 어두운데 하늘엔 아직 노을이 다 어둠에 잠식되진 않았더군요. 후래시 용도로 들고 나온 휴대폰으로 곧 소멸될 노을 한순간을 잡아보았습니다.

나를 기다렸던지 날씬한 짐승의 형체가 어둠 속 저만치에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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