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애기

구름이를 통해 죽음을 대면하다(17.7.5)

heath1202 2017. 7. 5. 18:07

 

 

 

 

 

 

 

아침에 잠깨어 맨 먼저 하는 일은 구름이의 안위을 확인하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제법 기력을 차렸음에도 그러다가도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의사의 말 때문에 잠들기 전에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입맞춤을 해주고 자다 깨어 화장실 가는 길에도 한 번 들여다 보고 외출하기 전, 외출에서 돌아와서도 반드시 구름이부터 확인한다.

게다가 하루 두 번 무슨일이 있어도 시간 맞추어 약을 먹여야 하니 나의 요즘 삶은 나를 대체해 구름이를 돌볼 누가 없으면 나는 하루도 집을 떠날 수 없다.

사람도 아닌 작고 어린 짐승에게 나의 삶이 이렇게 단단히 묶이다니.

누군가에겐 공감도 안되고 납득도 안될지 모르겠지만 제 목숨에 속수무책인 이 약한 아이를 어쩌겠는가.

그간 검사비, 약값으로 비용도 적잖히 들었다. 한 지인이 인도에서 선교한다는 목사의 말을 인용했다. 미국인들이 반려동물에 쓰는 돈이면 인도의 가난한 아이들을 구제할 거라고.

이런 극단의 선택지가 나는 불편하다. 막말로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이 사람들을 좀 더 도우면 안되나.

나는 내세울 정도의 액수는 못되지만 직장생활 처음 삼년쯤을 빼고는 쭉 기부를 해왔고 퇴직한 지금도 퇴직전 액수에서 십원도 줄이지 않고 기부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런데 어떤이는 사람이 굶주리는 판국에 한갖 동물에게 큰 돈을 쓴다고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구름이가 아파 현재 내 한달 수입 가까이를 지출하고 있는데, 나는 나를 위한 씀씀이를 참아가며라도 내 품에 들어온 생명을 힘을 다해 돌보고 살릴 생각이다.

나는 현실에선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종평등주의를 이상으로 꿈꾸는 사람이다. 그게 천국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부디 남의 반려동물에 드는 비용을 비난하지 말고 반려동물 없으신 분들이 좀 더 기부에 힘쓰시길. 사람들이 돈이 많아 반려동물에 돈 쓰는건 아니다. 많은 이들은 자기 몫을 반려동물과 나누는 것이다.

 

우리 집에 온 후로 안껏 살이 올라 신수가 훤해진 제니가 구름이 아픈 걸 귀신같이 알고는 구름이를 얕잡아보기 시작했다. 가끔씩 접근해 도발한다. 힘없는 구름이는 먹히지도 않는 하악질을 할 뿐 내가 거들지 않으면 굴욕을 삼켜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