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후, 심심하던 차에 전에 친구의 천장호가 좋았단 말이 생각도 나고 해서 천장호에 가보기로 했다.
전에 지나치는 길에 차안에서 목빼고 호수를 본적은 있지만 직접 내려가 걸어보진 않았었다.
안가보던 길로 갔더니 집에서 고작 15분 거리였다.
어린이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호수도 그다지 크지 않고 출렁다리도 신기할 것은 없는 작은 공원이었지만 가족 소풍 장소로는 나쁘지 않을 듯 했다.
그런데 다리에서 고추 조형물의 문구 한 구절 보고는 딸아이가 짜증을 냈다.
시뻘건 플라스틱류의 조잡한 고추·구기자 조형물도 거슬리는데, 거기다 문구까지.
"세계에서 제일 큰 고추·구기자"라니! 대체 왜 저런 문구를! 성희롱 수준으로 느껴질 만큼 어이가 없었다.
다리를 건너는 이마다 같은 이야기를 다 한마디씩 했겠지.
잠시 논쟁을 했다. 대체 무슨 마음으로 저것을 세웠을까 관계자들의 생각이 진정 궁금했다.
유쾌하게 웃자고? 청양이 고추(사실 매운 고추 청양은 지명 청양과는 관계 없다)와 구기자로 유명하니 진지하게 그점을 주지시키자고?
대체 왜 저 황당하고 조잡한 조형물을? 청양군 홈페이지에 들어가 문의하고 싶었다.
또 작은 공원치고는 안내판이 너무 많은데 내용이 심하게 어설퍼서 실소가 났다.
굳이 스토리를 만들어내려는 강박의 결과이리라.
그래서 웃기는 웃었지만 말이다.
담백하니, 소소하니 사람 흔적 과하게 내지 말고 편하게 앉았다 갈 수 있는 장소이면 안 되는 것일까.
친구는 도대체 어떤 점이 좋았다는 건지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지만 특별히 그런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아마 호숫가 흐드러진 벚꽃이 유난히 애틋했던지 아님 가족하고의 시간이 무척 따뜻했던 모양이라고 정리하고
더 이상 흠집 잡듯 천장호가 좋은 까닭을 찾는 일을 그만 두기로 했다.
암튼 세계에서 젤 큰 고추를 보려거든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에 가보시길.
천장호에 다녀와서 카페에 앉아 작은 아이를 기다리는데 서울에서 내려오던 중인 작은 아이에게서 사진 한장이 전송되어 왔다.
어마어마한 무지개 하나. 공주 - 부여 사이에 무지개가 떴단다.
나서보니 부여에도 이렇게 무지개가 떠 있었다. 전체를 잡기는 어려웠지만 참으로 오랜 만의 무지개가 정말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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