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과묵하나 무겁지 않은 시간들(16.9.6)

heath1202 2016. 9. 6. 17:54

별 말 하고 싶지 않아

참 고단하네

환절기라 그런 거겠지 가볍게 생각하려 하지

고단해서 좋은 점(혹은 나쁜 점) 하나는 있어

잠이 사태처럼 밀려와 아무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거지

몸이 아플 때면 잠을 청해 고통을 잊듯 잠은 마음의 병에도 제법, 아니 엄청난 효험을 발휘하지

긴 잠은 결코 깊지는 않아서 일렁일렁 멀미를 하듯 끝없는 꿈을 꾸지

펵 좋은 꿈도 제법 돼

꿈으로 내 기억의 한참 깊은 지층에 갇혔던 그리우나 잊혔던 것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곤 해

그 중 특히 잊혀졌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일은 참 뭉클한 일이지


아주 고단한 날엔 기쁘지도 않지만 슬픔도 처절한 느낌이 없어

기쁨과 슬픔 모두 저만치 두고 관망을 하게 되는 거지


엊그네 아가씨를 하나 차에 태웠는데 마침 내 차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이 흐르고 있었어

아이돌이 마냥 좋은 십대도 아닌, 서른도 머잖은 아가씨였는데 그야말로 질색을 하는거야

우울하다고, 우울한 게 너무 싫다고

아니, 이 곡이 우울해? 우울을 몰라?

설령 그렇다치고 우울하면 어떤데?

나는 그 아가씨의 반응이 취향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어

왜 그 아가씨는 우울에 경기를 하고 심지어 반감까지 보였던 것일까

아마, 삶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을까 싶었지

우울의 그늘이 없다면 평소의 그 유난한, 기화할 듯한 명랑함도 병증이 아니라 말할 수 없겠어


좋은 시간을 원해

우울과 기쁨의 무늬가 아름답게 어른대는 시간들

굿 타임즈 에브리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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