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올여름의 게으른 독서생활(16.8.25)

heath1202 2016. 8. 25. 00:55

올여름, 초유의 더위로 원치 않는 하안거ㅋ에 들어 세상과 거의 담쌓고 지내는 동안 함께 한 책들이다. 도서 선정이 상당히 잘못 되었다.

그동안 소원하게 지냈던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과 애정 진작을 위해  몇 권을 의도적으로 목록에 넣었었다.

촌평을 하자면,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완전 실망.  씨네21에 그의 절친 김중혁과 번갈아 글을 쓸 때도 나는 솔직히 그보다 지명도가 약간 떨어지던 김중혁의 글을

          더 지지했었다.  제목이 멋들어진 그의 소설은 그러나...... 포인트가 잡히지 않는다.  스토리가 흥미로운 것도 아니고 문장이 쌈빡한 것도 아니고 당연히 캐릭터

          들이 매력있게 살아있지 않다. 약자의 입장에 있는 캐릭터에게조차 지지의 마음이 들지 않는다.

고종석의 <<해피패밀리>>-캐릭터들이 각기 제 관점에서 제 입장을 서술하는 구성이 성석제의 <<투명인간>>과 유사하지만 지향하는 점이 전혀 다르다. 감명을 받고

          자시고 할 만큼의 무게는 없다.  대신에 문장이 명쾌하며 작가의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면면이 있다.  비록 사어가 되어가는 표현들이지만 그냥 죽게

          두기 아까운 어휘들 몇개를 베껴두었다.

성석제의 <<투명인간>>-흡족했던 소설. 일제강점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한 집안의 3대가 각기 제시대를 사는 입장을 서술하는 형식이다. 중량감 있는 작가로서

          그만한 기대에 부응한다. 물론 그렇다고 큰 감명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할 여지가 있는 작품이다.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내 취향에 맞는 문체를 가진 작가다. 위트 있으며 발랄한 묘사가 아주 마음에 든다. 캐릭터들이 잘 살아 있다. 어딘가 정신적으로 심하게

          고장난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다 내 눈앞에 생생히 그려졌고 인간으로서의 이해와 연민의 염이 팍팍 솟구쳤다. 문체가 한강과는 1도 닮지 않았다. 한강의

          정신병원과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앞으로도 지지하고 싶은 작가. 다만 영화의 부작용.  읽으면서 장면마다 김우빈이 떠올라서 혼났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영화를 보아서 계속 영화장면만 맴맴~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싸가지 없는 주인공이 일면 나와 닮은 점도 있긴 한데 결론적으론 내가 아주 싫어 하는 타입이라 마침내 주인공에 꽤 짜증이 났다.

           대안 없는 비아냥의 끝판왕이다. 그로 인해 결국 자신을 철저히 외롭게 고립시키는. 옛날에는 꽤 좋아했던 은희경의 어투가 피곤해졌다.

문갑식의 <<여행자의 인문학>>-광고문구 몇 줄에 낚인 책.  권하고 싶지 않다. 1년 동안 여행을 했는지는 몰라도 책을 쓰는데는 한달이면 족할 듯. 여행의 테마가

          21인 예술가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건데 이도 저도 아니다.  여행지면 여행지, 작가면 작가 어느 것도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여행 가이드로서의

          실용적 가치도 글쎄...... 나도 이 책에 소개된 몇몇 장소는 가보고 싶지만 대부분은 그야말로 호사가적 관심이지 싶다.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선정한 그림은 그림 보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 좋았다.  시는 일부는 좋고 일부는 그저 그렇고 글은 대체로 좋았다. 관점도.

          시라는 것이 번역이 될 때 소설같은 다른 문학장르와 비해 가치가 현저히 손상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낌.

이유리의 <<화가의 마지막 그림>> -내가 가장 좋아한 책.  선정된 화가도 좋았고 '마지막'이라는 드라마가, 게다가 때로는 비극성까지 더해져

         몰입도를 극한으로 높여 주었다.  글도 아주 깔끔하고 좋다.


그리고 박준의 시를 좀 읽었다.

마침내 가을이다. 결국은 그렇다.

올가을엔 특히 시를 많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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