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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봉하마을 노무현대통령 묘역(16.6.5)

heath1202 2016. 6. 6. 20:12

진도에서 여섯 시간 걸려 당도한 봉하마을이다.

그러니 봉하에서 주어진 시간은 고작 한 시간.

묘역 뒤의 대통령의 길과 부엉이 바위를 다녀오기는 애시 틀렸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예전에 왔을 때와는 달리 주변이 공원으로 잘 조성되어 주변 도시에서 나들이 나와도 좋겠다.

연휴까지 끼어서인지 사람이 참 많다.

사람들이 즐거워보여서 전처럼 울컥하지는 않았다. 다행이다. 총선 결과가 달랐다면 아마도 감정이 달랐겠지.

묘역 조성과정을 정리한 승효상 건축가의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을 읽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묘역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수반-헌화대-너럭바위-곡장. 그리고 국민들의 염원과 다짐과 대통령 애도의 글들을 새긴 박석들, 그 박석들로 사방으로 쭉쭉 뻗은 길들. 참 아름다운 묘역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작은 비석 하나만 남기라고 했으나 그가 가진 의미를 생각할 때, 그리고 그를 찾을 사람들을 생각할 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립묘지에 가지 않겠다고 한 것은 역시 노무현다운 생각이었다.  그는 그렇게 초지일관했다.  추측건대 아마도 범부처럼 묘소를 만들기를 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그는 수없이 많은 이에게 어쩔 수 없는 우상이 되었고, 그래서 그렇게 조성될 묘역의 모습은, 만약 우리 시대의 절제하지 못하는 못난 버릇에 맡겨진다면, 진정성 없는 절대 우상화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나는 강력히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노무현을 회화화할 뿐이다.  진정성을 획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을 종묘의 월대에서 찾았다."(승효상,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에서)

 

묘역을 둘러보고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가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길래 버스 타러 가는데 동료 둘이 잔막걸리를 시켜 마시고 있다. 커피와 술을 파시던 두 분이  노 대통령의 누님들이란다. 마음이 짠해졌다.

 

 

 

 

 

 

 

 

 

 

 

 

 

 

 

 

           < 노무현 대통령 유서. 2009>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