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미세먼지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어찌되었든 그 때문이라 핑계대고 입을 닫고 짜증 다스리며 묵언수행 하듯 보낸 하루였는데
오후 네시도 넘어 마침내 떨쳐 일어나 스마트폰 하나 들고 가출을 감행하여 간 곳이 (고작) 국립부여박물관이었느니라.
고작 갔는데, 그게 아닌 것이......
늦은 시각이라서 외지인들 다 떠나고 얼마 안 남은 사람들도 부랴부랴 떠나가고 있더라.
나는 이 곳의 주인이나 다름없으니 이제 사람 난 박물관을 여유있게 음미하기 시작하면 되는 거여서
박물관 앞 사비정 기둥에 기대어(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은 아니지만) 그 시각의 박물관 사정을 느긋이 관망하였더라.
나 혼자 실실 웃었더라. 진정 마음을 비우는 일과 채우는 일이 무엇인지를 느끼면서 말이다.
온통 빨강색이라는 실시간 고속도로 상황에 낙담한 젊은 두 가족이 저녁 후에나 부여를 떠나자고 결정하는 것도 지켜보고
맛집으로 알려진 부여시골통닭 갈까 상의하는 것도 지켜보며 부여 토박이로서 내가 거들 일 없을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기도 하였노라.
가출은 십리도 못가 유야무야 콧노래 부르며 귀가하는 것으로 종결지어지고, 기분이 좋아졌으니 아무려면 어떠랴,
소기의 가출목적은 이루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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