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하지만 견뎌낼 수 있을 만큼만, 사치스럽게(16.2.3)

heath1202 2016. 2. 2. 22:54

가끔 사는 것이 사무치는 날이 있다. 어느 날은 그럴 만해서 또 어느 날은 근원도 종잡을 수 없이.

어제, 오늘, 그리고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얼마간의 시간들이 내게 그럴 것 같다. 

어쩔 것인가. 게으른 농부 밭고랑 세듯, 잘 나가지 않는 페이지 헤아려가며 굳이 숙제하듯 읽던 <<만들어진 신>>을 조용히 밀어놓고

한참 만에, 어쩌면 거의 한달 만에 시를 찾았다. 마음이 절로 그랬다. 가급적이면 많이 격정적인 것으로, 언어의 조탁에 너무 공을 들여 그 정교한 베일을 애써 벗겨내는 일이 마음을 지치게 하는 시보다는, 삶이, 사랑이, 그 어떤 그리움이 사무치는 마음 어쩌지 못해, 어쩌면 나보다 훨씬 더 사무쳐서 내 대신 울어줄 것 같은, 아니면 함께 울어도 좋을 것 같은, 서러운 마음으로 언어가 서러워지는 그런 시를 찾았다. (언어의 옷으로 치장한 마음이 아니라, 마음으로 언어가 물드는).오래간만에 시를 읽으니 마음이 섧고 뜨거워져 좋다.

 

지난 한달 쯤 독서를 하며 가급적이면 마음의 파랑 유난떨 것 없이 담담히 다스리며 고자 했다. 무위의 노력임을 알지만 그리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수월 흐르는 시간이 두려워졌다. 크게 게으름 피우지 않고 책도 여러 권 읽고 여행도 하여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 뿌듯해야 했음에도 무엇인가 크게 결핍된 느낌에 몹시 두려워졌다. 나는 직도 삶이 드라마이기를 바라는건가.

 

그리고 다시 원하던 식은 아니지만 치명적으로 사무친다. 문득 숨이 멎을 것처럼 가슴에 격통이 오고 내내는 묵직한 둔통이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내내 그러하다. 모든 것을 순순히 놓아버리는 내 고통의 임계점은 어느 지점이 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마음의 준동이 느껴져 한편 다행이지 싶다. 권태로 시드는 것보다야 백번 나은 일 아니겠는가.

다만 너무 아프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허위의식이라기에는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