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말문을 연다(15.1.29)

heath1202 2016. 1. 29. 16:21

말을 뱉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격다짐으로 억장을 쾅쾅 두드려 보기로 했다

너를 놓은 후 말문을 닫은지 꽤 많은 날 눈도 캄캄하고 귀도 막막해졌지만

가장 아득한 것은 말과 함께 사방 길을 닫아걸은 내 마음이었던가 보다

마냥 저 가여운 줄 밖에 알지 못하고 시덥잖게도 제 시름에 겨워 우두커니가 되었다

사소함에도 뜻밖인 양 반색하던 천진한 호들갑을 잃었고 이제나 저제나 해금 울음 같던 애달픔도 놓아 버려

저물녘 다리 위에 서서 내려다 보는 검은 강물이 저혼자 흐를 뿐 납처럼 과묵한 네 마음이려니 했다

뱉지 않은 말들이 내 안에서 말라 부스러지고 사람은 광기의 아우성이 아니라

침묵으로 더욱 쉬이 죽겠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내가 품고 있는 말이 너라는 것을 알았다

말을 잃으며 나도 시들어가는 그리움으로 부식해가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언어, 연금과 정제의 그 비기가 부럽다 그것은 너무나 깊이 숨은, 귀한 이에게만 할당된 몫이라

나는 그냥 우직하게 말문이나 터보련다 아무 말이나 길 안든 짐승처럼 빽빽 소리높여 울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