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자"
집에 돌아오는 길이 전도연이 생각날 만큼 멀고 멀어 지쳐 나자빠질 줄 알았는데 너무 힘이 들었던 탓인지 집에 오니 없던 에너지가 불끈불끈 솟으며 날아갈 듯 마음이 가볍더라.
하여 다음날 발딱 일어나 공주에 가서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보았다. 결론은 흥행하기 쉽지 않겠더라는.
"버드맨"의 감독답게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았더라는.
초인적 힘을 발휘하여 관객 대신 악인을 통쾌하게 제압하고 응분의 댓가를 치루게 하는 슈퍼히로를 기대했다면, 리듬감과 박진감 있는 사건과 스토리의 전개를 기대했다면 그 배신감은 어찌할꼬. 주인공은 우리 보통사람의 감정 수준이 아니더라는. 시종 저만치 초월자같은 느낌.
선과 악의 대결이라던가 전형적 헐리우드식 복수극을 기대했다면 안보는 편이 좋을 듯. 백퍼 실망하고 말 것.
차라리 복수는 인간군상의 관찰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구실로서만 설정된 느낌.
복수극은 잊고 거대한 옐로스톤?의 대자연 속에서 개미처럼 미미해보이는 낱낱의 인간들을 지나쳐가는대로 하나씩 지켜보기를. 이미 드라마는 희미해져 버렸으니.
감독은 선과 악의 문제를 극명히 드러내고 판결해주는 친절을 베풀지 않음.
악인은 악인대로 제 나름의 제 삶을 사는 가치와 명분이 분명하여 관객에게는 선인보다 오히려 강력하게 각인되지만 선인은 선인 나름의 선한 삶을 살려는 의지가 오히려 현실 속에서 무기력하게조차 느껴질만큼 나약하더라는. 제일 선한 대위가 허무하게 악인의 손에 죽는 것만 보아도.
영화 끝나고 나오는 관객들의 심히 개운치 않은 표정들.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얻어 가는 듯. ㅋ
2. "내부자들:오리지널"
정말 강력한 한방이 왔다.
우리 흔히 반전을 가진 영화 순위를 보게 되지 않나.
"유주얼 서스펙트"라든가 "식스 센스"라든가.
내 보기엔 "내부자들"이 상위 순위에 올려져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와르 영화나 잔혹한 장면의 영화를 그다지 못견뎌하는 편이지만 사회성있는 영화는 챙겨보는 편이다.
이 영화의 원작과 각본자가 윤태호 작가라 일단 믿거라 하였고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연기력 만큼은 태클 걸수 없는 이병헌과 외모와 달리 묘한 카리스마가 있는 조승우의 연기가 아주 좋았다 들었기에, 게다가 노회한 백윤식까지, 암튼 봐야할 이유는 많았기에 이틀을 공주로 출근하는 수고를 감내하였다.
사실 처음 개봉판은 어쩌다가 놓쳐버려 아쉬웠는데, 이번 감독판은 기필코 보리라 벼른 끝에 마침내 숙제를 한 것 같아 속이 시원하다.
자고로 대중예술인 영화는 바로 이러해야 한다.
대중성과 메세지까지 한방에 깔끔하게 담았다.
레버넌트와 아주 다른 관객들의 흡족한 표정.
영화 시작하고 한시간 만에 화장실에 가고 싶었으나 무려 두 시간을 더 참고 본 나의 의지도 충분히 보상받았다.
집에 돌아와 뉴스를 보니 이 영화가 19금 영화 최초로 900만을 돌파한 영화가 되었다는 기사.
깡패의 힘을 빌어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지만 웬만한 강연, 설교보다 훨씬 강력하고 설득력 있게 모순을 까발려주고 정치의식을
고양시켜주는 좋은 영화.
대한민국을 강타한 권력가들의 진짜 이야기
“끌어만 주시면 짖지 않고 예쁘게 따라갑니다”
복수를 계획하는 정치깡패의 과거_ 안상구
“덮으라고요? 왜, 장필우가 들어오랍디까?”
성공을 거래하는 열혈검사의 반격 _ 우장훈
“너도 성공하고 싶으니까 나한테 온 거 아냐?”
정치판을 설계하는 논설위원의 야망_ 이강희
조폭 검찰 언론 정치 재벌
내부자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공개된다.
- "다음 영화"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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