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에 도착한 둘째 날에 호도협 트레킹에 나섰다.
호도협 트레킹은 금사강 너머 옥룡설산을 보며 하파설산 쪽을 걷는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다.
아침 여덟시 쯤 아침 식사를 하고 느릿느릿 고성 전망대까지 산책을 한 후에 밴을 타고 트레킹 장소로 향했다.
리장에서 두시간 쯤 거리였다.
우리는 처음부터 말을 타기로 되어 있었다.
일행들이 무릎 성성한 청춘들이 아님을 고려한 것인지 참 여유롭게 짜인 일정이었다.
하지만 가파른 벼랑길을 아슬아슬하게 말을 타고 가려니 심장이 쫄밋거려서 옆도 뒤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아스라히 금사강 진옥색 물빛이 아름다운데 말을 세우고 감상할 수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다행히 가다보니 제법 말과 한몸이 되는 착각이 들만큼 익숙해지긴 했다.
한 시간 좀 넘게 말을 타고 올라가니 나시객잔이 나온다. 가파른 길을 긴장하며 온 탓인지 산중에 아늑하게 자리한
작은 마을을 보니 그곳이 무릉도원 같다. 꽃도 몇 가지 피어있다.
나시객잔은 참 깔끔하고 아늑했다. 음식도 제법 입맛에 맞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잠시 쉰 다음에 다시 28벤드(28 bends-28꼬부랑길) 구간을 말을 타고 마쳤다. 생각보다 길지는 않지만 굉장이 가파르고
굽이진 길이라 앞서가는 말을 발만 지켜보았다. 혹시 헛디디지는 않을까 싶어. 말은 어쩌면 그렇게 험한 길을 제대로 짚어 가는지
감탄스러웠다.
28벤드 구간이 끝난 후부터는 차마객잔까지 편안한 내리막길이다. 나무도 많고 길도 완만하다.
오늘밤 묵을 차마객잔이 그리 멀지는 않으므로 드디어 일행 신경쓰지 않고 하염 없이 해찰해가며 가도 되는 시간이 되었다.
말을 탔을 때 보지 못했던 금사강과 옥룡설산을 감상하고 사진도 마음껏 찍으면서 갔다.
차마객잔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하다.
난방에 대한 기대는 애시당초 버렸지만 아, 이건 너무하다.
객실은 깨끗했지만 한데나 다름없는 기온이다. 밖에서 바람불면 실내의 화장실 문이 열린다. ㅎ
그래도 전기장판 깔린 이불 속에 푹 파고들면 얼마나 아늑하고 행복한지.(전기장판이 이렇게 좋은지 윈난와서 첨 알았다.)
밤의 날씨는 쌀쌀하지만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옥룡설산에 분홍빛 노을빛이 잠시 물들고는 곧 어둠이 내리고 저녁식사가 있었다.
나는 고기를 먹지 않으므로 해당이 없지만 다른 이들은 황홀한 닭백숙 저녁이다.
다들 행복해하니 나도 행복하다.
식사 후에 둘러앉아 커피내기 사다리를 탔는데 아홉명 중에 당첨되는 행운을 누렸다.
그리고 각기 자기 얘기들을 나누었다.
낯선 이들이 만났는데 서로 눈쌀 한번 찌푸릴 일이 없으니 여행에 그만한 복이 없다.
예전에 인도여행에서 만난 일행 중에는 대센 두 여성이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는 통에 무지 힘들었었다.
날이 추워 씻기도 귀찮지만 꼴이 하도 사나워 말 수가 없다. 다행이 온수는 아주 잘 나왔고 생각만큼 춥지는 않았다.
전기장판으로 잘 덥혀진 이불 속에 번데기처럼 기어들어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하노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게다가 바로 앞으로 뒤로 지척에 장엄하고 아름다운 산이 첩첩이다.
이런 일은 좀 참아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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