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섣달 그믐의 전날 밤 대천에서(15.12.30)

heath1202 2015. 12. 30. 21:16

눈이 온다고 했는데 밤에 기온이 급강하 할런지 모르겠지만 그러기엔 아직은 날씨가 너무 포근해.

좀전에 비가 그쳐 밤바닷가에 나가보았는데 무슨 겨울바람이 그리도 훈훈한지 봄소식을 품은 것

같다는 푼수없는 생각을 해보았네.

소녀들 몇이 백사장에 나와 깔깔거리는데 그 웃음이 어찌나 싱그러운지 종다리꽃 연한 대궁같아 .

이 나이에도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그 나이 아이들이야 말해 무엇하겠어.

십대의 마지막이 너무 멋지다며 시종 사진을 찍고 깔깔 웃어대고 백사장을 깡총대며 뛰어다니더군.

바람을 타고 경쾌하게 부서지는 웃음이 보이는듯 했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았네. 그래. 이렇게 웃을 일이 너희들의 생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 빌어주었지.

혼자 객실로 돌아와 창밖을 내려다보니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다는 저만치 한 두 점 등불 말고는 암흑인데

모래밭 가장자리엔 멀미가 나게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해안 저만치 어둠 속까지 아스라히 하얀 띠를 잇고 있군.

오늘 하루는 시종 사람들과 함께 해서인지 갑자기 피곤이 엄습해 아직도 흥이 남은 사람들을 따돌리고 슬그머니 빈 객실로

돌아와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쉬었네. 비싼 방이니 아름답고 성능 좋은 컴퓨터도 갖추어져 있어 이렇게 낙서도 끄적이고

듣는 이 없으니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 흥얼거리기도 하고 무거운 생각은 극구 사절하고 그야말로 별생각없이

마음을 편안한 골로만 인도하고 있네. 아주 오랜만에 넬도 듣고 있네. 참 좋네.

 

  흐린 낮의 바다

 

 

 

 

숙소에서 내려다본 바다

 

 

 

 

비개인 후 밤바다

 

 

 

 

 

 

 

 

 

아침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