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사과(15.11.18)

heath1202 2015. 11. 19. 00:23

고양이 사료를 사러가야 하는데 비가 너무 차가워서 나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초저녁이면 고양이 두 마리가 나를 찾아올텐데

종일 주린 배를 견뎌내곤 생각만으로도 흐뭇한 저녁식사를 위해 나를 찾아 올텐데 까망이 노랑이 그래도 오늘은 너희가 배를 좀 곯아야겠다

오늘은 먹이다툼 하지 말고 바닥을 박박 긁어 한 줌이나 되려나 그걸로 한 톨오손도손 사이좋게 나눠 먹고 하룻 밤 견뎌 보려므나

밥이 부족하다고 친구를 쫓고 배불리 혼자서 차가운 비를 지키고 있지 말고 조금 고픈 배를 하고 둘이서 기대어 비 개이기를 기다리려므나  

오늘저녁 나는 너희의 믿음을 저버리지만 나도 사람인데 그럴 수 있지 않겠니 사람은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단다 믿음을 저버리는 일쯤

그리고 앞으로는 너무 사람에게 목 매지는 말거라 빈 밥그릇에 풀이 죽어 돌아서며 사람에게 서러워 하는 짓은 말거라

사람은 본래 구실이 많은 족속이고 오늘은 비가 너무 오고 이상하게도 나는 비가 무섭고 하여 너희 배고픈 것 쯤 눈 딱 감고

얼른 집에가서 숨을 구실로 삼기로 하였으니 오늘은 너희들끼리 서로 부대끼며 밤을 따뜻이 보내보려므나

내일은 꼭 배불리 먹고도 몇 톨 남을 만큼 넉넉히 밥 챙겨주마 비가 오는데, 비 맞으며 헤매지 말고 밤 잘 보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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