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음악과 영화를 통해 생각 키운 일상(15.11.12)

heath1202 2015. 11. 12. 21:33

사흘 전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그 전전 날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 걸 감안했던지 꽤 좋아하는 노래 "November Rain"을 틀어주었다.

Guns'N Roses의 원곡이 아니라 폴포츠 버전으로.  폴포츠가 아주 착하다는데, 그가 부르니 노래도 그렇다.  완전히 다른 노래 같다.

건즈 앤 로지즈의 중량감있고 거친 음색을 물론 훨씬 좋아하지만 진행자가 폴포츠를 만나 느낀 그의 선량함을 거듭 칭찬하는데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졌다.  예전엔 사람의 재기에 쉽게 경도되었었는데, 요즘은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는 감도가 훨씬 강해진 것 같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도 그렇다. 내 언행이 혹시나 상처가 되지 않을까 의식적으로 배려하는 자신을 보곤 한다. 사교적 언사가 아니라

진심으로 따뜻하고 듣기 좋은 말 한마디쯤 하기도 한다. 꼭 그래야 하는 상황이 아님에도 말이다.예전에 없던 일이다.

내 인간적 성숙의 증거라면 참 좋겠다. 

 

오늘 낮에 커피 만들기 연수에 갔다가 중국어과 사무실 앞을 지나는데 문에 붙은 포스터에 "화양연화(花樣年華) "라는 문구가 있었다.

아. 순간 가슴이 저려왔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영화"화양연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한 때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을 참 좋아했었는데...) 

어린 학생들이 화양연화를 어찌 제대로 느끼랴. 화양연화를 생각할 때는, 그렇다, 다 지난 다음에, 쓸쓸해졌을 때인 것이다.

 

오늘 퇴근해서 텔레비전을 켜니 1997년 영화 "접속"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제 영어발음 공부의 좋은 예로 아이들에게 사라본의 "Lover's Concerto"를 들려 주었었다. 영화의 내용은 다 알다시피 깊은 사랑의 상처를 가졌거나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다른 이를 사랑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한석규와 전도연이 PC통신을 통해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고 상처를 치유해가며 새로운 사랑을 기대하는 내용이다. 사실 인상적인 음악은 영화의 중요한 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The 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다. 어찌나 분위기에 취했던지 옷도 갈아입지 않고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참은 채 영화를 끝냈다. 마침내 두 사람이 만나 따뜻한 미소로 서로를 맞았을 때, 그리고 씩씩하고 우렁우렁한 사라본의 노래가 흐를 때 나도 모르게 비시시 웃음이 나왔고, 그리고 조금 촌스러운 엔드 크레딧을 보며 옷을 갈아 입었다. 

전도연이 어찌나 이쁘던지.^^

 

이래저래 삶이 마냥 즐겁지는 않다.

하지만 마냥 누구 탓을 할 만큼 삶을 모를 연륜도 아니다.

조금 더 따뜻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아주 쬐끔 더 강인하고 담대하삶을 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

 

 "화양연화"늘 우아하고 단아하게 치파오를 입고 있던 장만옥과 두 말이 필요없는 신사 양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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