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전라남도

고흥 팔영산 능가사(15.11.8)

heath1202 2015. 11. 8. 23:14

능가사 초입에서부터 나는 그만 홀딱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나만 몰랐지 제법 알려진 곳인지 버스주차장도 갖추어져 있고 안내소도 있는데

초입의 작은 마을이 참으로 정겹다.

마을 입구에는 정담길이라고, 누가 작명했는지 참 잘했다.

마을과 능가사는 구분이 없다 할 정도로 이웃하고 있다.

왜냐하면 능가사가 팔영산의 발등 위라고 조차 할 수 없는, 마을과 같은 평지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절로 가는 짧은 길은 마을 할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감이며 고구마며 갖가지 곡식 몇 줌씩 들고 나와

정다운 난전을 벌이고 계시다. 값은 또 얼마나 헐한지 흥정하는 시늉도 할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말한다. 여기에서 살고 싶어. 어딜 가든 내가 하는 소린데, 다시 말하면 우리 땅에 그렇게 좋은 곳이 많다는 얘기다.

능가사는 유서는 깊지만 아주 작은 사찰이고 웅장함이나 엄숙함 보다는 따뜻함, 정겨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절마당에 들어섰더니 단풍이 어찌나 곱던지, 나는 잠깐 숨이 넘어갈 뻔했다.

나는 너무 쉽게 감동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한가보다. 툭하면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으니.

내내 반은 울고 반은 웃으며 다녔다능......ㅋㅋ

또 이곳에 가면 순둥이 백구 두 마리를 꼭 찾아보아 주시길.

우리 엄마 같으면 또 한마디 하셨겠지. 다음 생엔 꼭 사람으로 나거라. 정말 순하고 착한 사람으로 날것 같은 녀석들이었다.

 

 

 

 

 

참 소박한 일주문

 

 

 

 

 

 

 

 

 

 

 

 

 

 

절 뒤 팔영산에 단풍이 잘 들었다. 숲에 들 시간이 있었더라면.......

 

 

산행을 왔다 들렀다 싶은 보살 둘이 배낭 다 헤쳐 놓고 백구들을 먹이고 있다. 사람도 착하고 짐승도 착하고.

 

누가 나무 끝에 등을 걸어 놓았나. 그 마음도 이쁘다.

 

 

 

배경이 된 팔영산이 참 아름답다.

 

 

즉심시불. 그렇다. 마음이 바로 부처다. 나도 그리 믿고, 내 마음을 믿어봐야겠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한 순간. 우리가 절을 나서려니, 저만치 있던 녀석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배웅하듯 이렇게 간절하게 떠나는 이들을 지켜보았다.

배웅 장소는 딱 여기, 대웅전 앞인가 보다. 더 나와 매달리지도 않고 돌아보니 우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이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보내는 마음과 떠나는 마음이 어찌 다를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