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오년의 서울 생활 끝에 가장 주거환경이 좋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동안 신림동의 가파른 동네의 벌집같은 원룸들 중의 하나를 비집고 들어 둥지를 틀었었는데
내 보기에 그 집이라는 게 바깥세상에 시달리다 돌아와 휘유 큰 숨 내쉬며 발 뻗고 느긋이
숨돌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전쟁 같은 삶의 또 다른 연장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집이라는 것은 뿌리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아이들의 자취집이라는 게 볼때마다 늘 어설픈 임시의 삶임을
각인 시키는 것이어서 나는 아이들의 집에 가는 것이 불편했다. 그런 환경에 두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 또래의 시골 출신 아이들이 다 그러고 살 것임을 주지시키며 마음 독하게 먹고 견뎌내도록 했다.
다행이 아이들은 큰 불평이나 요구가 없이 잘 견뎌 주었다. 그리고 이사 때마다 스스로 방을 구하고,
차 불러 이사를 하고 경매가 걸렸을 때는 법원까지 찾아가 알아서 처리하고 전세금을 고스란히 잘 받아나오기도 했다.
이번 이사도 알아서 잘 했다. 이사하고 정리까지 마친 후에 엄마 언제 올거냐고 전화가 파발이었다.
가서 눈으로 보며,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점으로는 정말 아이들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들어주지도 않는 엄마가 그리도 보고 싶은지 연극표까지 예매해 놓고 기다렸다.
아이가 추천해준 뮤지컬은 "빨래"였다. 저는 이미 보았는데 다시 한 번 보아 주었다.
그리고 아이의 안목은 좋았다.
대중문화 장르 중 나의 가장 취약한 장르는 뮤지컬인 것 같다. 이제껏 본 뮤지컬이 영화가 아니라면 한 손으로
꼽는다. 이상하게도 관심이 가지 않았다. 요즘은 주변 지인들도 다른 도시까지 찾아다니며 뮤지컬을 찾아 볼 정도록
뮤지컬이 꽤 대중화 되어 있는데 나는 한 번도 그러질 않았다. 글쎄.... 왜 그랬을까. 거부감이 들었던 것 만큼은 분명하
다. 엄청나게 투자되는 자본과 그에 따른 값비싼 티켓료도 싫었던 것 같고, 볼거리에 쉽게 끌리지 않는 성격도 한 몫 한
것 같고.
그런데 이 번 뮤지컬은 나의 이런 태도에 변화를 일으킬 것 같다.
물론 대형 무대를 찾아다니고 싶지는 않을 것이지만 작은 극장들에서 하는 좋은 공연이라면 가끔 챙겨보고 싶다는 생각
을 갖게 된 것이다. 영화 한 편도 거의 만 원 하는데 이렇게 괜찮은 뮤지컬을 꽃중년이라고 만원까지 할인해주어 고작
삼만원에 누릴 수 있었다니 고맙다는 생각만 들었다.
뮤지컬 내용은 서울살이에 지친 기층민들과 또한 그들과 다름없이 우리 사회의 약자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나아지리라는 꿈을 마냥 순진하게 꿀 수는 없는 팍팍한 삶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빨래는 해야하며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빨래하듯 그렇게 살아야 한다, 살아야겠다는 내용이다.
때로는 감정이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어 약간 불편하려는 때도 있지만 사실 실제 삶은 더 신파 아닌가.
곡의 멜로디는 전체적으로 곱고 서정적이며 귀에 잘 들어온다.
배우들의 연기도 크게 빠지는 사람 없이 다 좋았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훨씬 큰 돈 들여 보았던, 뮤지컬에 관심 끊는데 한 몫 했던 "빌리 엘리어트"에 비해
가격대비 백 배 쯤 좋았던 것 같다.
감상적인 이 갱년기 아줌마는 내내 가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웠다는......
투자대비 백배 효과를 거둔 것은 또 있으니 바로 이 아이다.
내 삶의 중심이 늘 나였으나 이 아이는 그것을 잊은 모양이다.
<관련자료>-출처: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빨래 (뮤지컬)
《빨래》는 씨에이치수박 제작의 한국 창작 뮤지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작품이 가능성을 인정 받아 2005년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상업 작품으로 정식 초연했다. 이후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 아트센터K (구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알과핵 소극장,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을 거쳐 공연을 보완했으며, 2009년부터는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오픈런[2]에 가깝게 공연했었다. 그러나 2013년 학전 그린이 철거되면서 2013년 7월부터 아트원씨어터 2관, 2014년 3월부터 아트센터K (구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빨래》는 서울 변두리 소시민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점을 인정 받아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작사상 및 극본상,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작사, 작곡상 및 극본상을 수상했다.
줄거리[편집]
강원도 아가씨 나영과 몽골청년 솔롱고의 빨래 이야기 서울, 하늘과 맞닿은 작은 동네로 이사 온 27살의 나영은 고향 강원도를 떠나 서울의 한 서점에서 근무하며 살고 있다. 나영은 빨래를 널러 올라간 옥상에서 이웃집 청년 ‘솔롱고’를 만난다. 어색한 첫 인사로 시작된 둘의 만남은 바람에 날려 넘어간 빨래로 인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의 순수한 모습을 발견하며 한걸음씩 다가가는데...
서울살이 45년 주인할매의 빨래 이야기 나영과 희정엄마가 살고 있는 집의 주인 욕쟁이 할매. 세탁기 살 돈이 아까워 찬물에 빨래하고 박스를 주워 나르며 억척스럽게 살지만 오늘도 빨래줄에 나부끼는 아픈딸의 기저귀를 보며 한숨을 쉬며 눈물을 참는다.
애교많고 사랑스러운 희정엄마와 구씨 이야기 한 눈에 나영의 속옷사이즈를 정확히 알아 맞히는 이웃집 여자. 동대문에서 속옷장사를 하는 돌아온 싱글 희정엄마. 애인 구씨와의 매일 같은 싸움에 몸서리를 치지만, 오늘도 구씨의 속옷을 빨래하며 고민을 털어버린다.
우리 이웃들의 빨래 이야기 오늘도 사장 눈치보는 직장인, 외상값 손님에 속 썩는 슈퍼아저씨. 순대 속 처럼 메어터지는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아줌마. 오늘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정겨운 인생살이가 빨래와 함께 그려진다.
뮤지컬 넘버
제 1막
- 서울살이 몇 핸가요?
- 나 한국말 다 알아
- 안녕
- 어서 오세요 제일서점입니다
- 자 건배
- 참 예뻐요
- 내 이름은 솔롱고
- 빨래
- 내 딸 둘아
- 비 오는 날이면
제 2막
- 책 속에 길이 있네(빵 ver.)
- 책 속에 길이 있네(작가 ver.)
- 자 마시고 죽자
- 한 걸음 두 걸음
- 아프고 눈물 나는 사람
- 슬플 땐 빨래를 해
- 참 예뻐요(reprise)
- 서울살이 몇 핸가요?(reprise)
등장인물
- 나영 : 서울살이 5년차인 당찬 강원도 아가씨. 강릉시 연곡면 연곡리에서 살다 왔다. 가족으로는 홀로 강릉에 남아있는 어머니가 있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여러 사정에 밀려서 앞길이 막막한 듯.
- 솔롱고 : 본명은 솔롱고스. 꿈을 위해 무지개 나라 한국에 일하러 온 지 5년 차인 순수한 몽골 청년.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다.
- 주인할매 : 나영과 희정엄마가 세들어 사는 반지하방 주인집 할머니.
- 희정엄마 : 애인과 밤낮으로 싸우며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하는 애교쟁이.[6] 동대문 청평화시장 408호에 옷가게를 차리고 있다.
- 구씨 : 희정엄마와 매일같이 싸우지만 마음만은 다정한 로맨티스트. 하지만 희정엄마를 두고 맞선도 보러 갔다.(…)
- 빵 : 야비한 서점 사장. 모든 직원들의 만년 술안주. 젊은 시절 겪었던 어려움은 모두 잊어버린 것 같다.
- 마이클 : 솔롱고의 룸메이트이자 재간둥이 필리피노. 공장에서 팔을 다친 후 해고 당한다.
- 여직원 : 나영의 직장 동료.
- 그 외 김지숙(나영의 직장상사),슈퍼주인 부부,빵 아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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