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목숨을 헤아리는 일(15.9.24)

heath1202 2015. 9. 24. 15:33

류근의 글에 등장하는 들비 이야기를 읽다 보면 류근의 목숨에 대한 애틋함과 연민과 애닲음이 느껴져서 좋다. 짐승에게조차.

예전에 그의 산문을 읽다가 책 중의 '목매기 송아지' 부분에서 가슴이 먹먹했었다. 그 말이 너무 좋아서.

.........

차장 밖으로 도라지꽃이 보이는 것이었다.

가난과 슬픔의 양 손으로 양육당하던 유년의 길가에

피어나던 꽃.

도라지꽃.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열차에서 내려 꽃밭으로 달려갔다.

염소처럼, 어린 목매기송아지처럼 꽃밭에서 뒹굴었다

.........(류근, "싸나희 순정")

 

전에 읽었던 남덕현 시인의 책에서도 종종 개가 등장하는데 그 역시 목숨에 대한 따뜻하고 애잔한 마음이 깊어서

가슴이 뭉클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다. 목숨(삶)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는 것, 그 목숨의 슬픔을 안다는 것, 그 슬픔을 보듬고 애달퍼 한다는 것.

 

............

밤마다 우리집을 다녀가는 어린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어느 날 아는 체를 하며 대문간까지 따라 왔길래 그 어린 것의 먹이활동의 고달픔을 조금 덜어 주자고 먹이를 한 줌

놓아 주었는데 아침에 나가보니 그릇이 비어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고맙고 반갑던지 그 후론 저녁에 

대문 앞에 사료 한 줌 놓아 주는게 일과가 되었다. 아침이면 빈 그릇이길 두 주 쯤 된다.

어린 것이 조금 덜 고달플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참으로 기쁘다. 한 번은 휴일에 집안에서만 뒹굴대다 먹이 주는 것을 잊었었다.

한밤 중에 생각 났는데 놀라 뛰어 나가며 머리를 쥐어 박았다. 다녀갔으면  어쩌나. 실망하고 상심해서 쓸쓸히 돌아섰으면.

가슴이 아팠다. 그랬다면 제발 나를 믿어 다시 한 번 들러주기를 빌고 또 빌었다. 다음 날 아침 먹이는 그대로 있었다.

그날 밤 녀석은 배가 많이 고팠을까.

사람에 대해서도 그런 식이다.  본의 아니게 집착이 되는 이유다. 어쩌면 그 마음은 아무렇지 않을텐데도 

멋대로 그 마음을 헤아리는 내 마음이 저 혼자 아파서 쉽게 사람을 놓지 못하는 거다. 어리석은 짓이 될 때가 많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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