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명명으로 부터 진격 중(15.9.23->)

heath1202 2015. 9. 23. 01:16

*막 돼 먹은, 지리멸렬한 찰라의 단상들임.

 

1.

나의 영어 닉네임은 제인이다.

삼십년도 더 된 이름이다.

영어를 공부하면서 편의상 영어 닉네임이 요구되었고 내 이름의 이니셜 J를 조금 바꾸어 Jane을 선택한 건데,

사실 그것이 내가 Jane을 선택한 이유의 다는 아니다.

알다시피 제인은 영어 이름 중에 가장 개성 없고 평범한, 촌스럽기조차한 이름이다.

'plain Jane'이란 표현도 있지 않은가.

나는 영어회화를 공부할 때에 잠깐 불리어지는 별것 아닌 이름에도 자의식이 발동하여 캐더린이라던가

엘리자벳이라던가 수잔 같은 이름이 참 어색했다. 어휴, 닭살. 그 생경스런 느낌.(그래서 영어를 못하나?) 

그리하여 가장 존재감 없는, 내 생각으로 가장 성의 없이 고른 듯한 평범한 이름 제인을 택한 것이다.

수선스럽다 하겠지만 정체성 문제에까지 생각이 미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외국인의 발음 어색한 내 한국이름을 대신하여 타협 끝에 가진 제인도 오래 불리우다보니 나에게도 약간의 제인의

정체성이 생기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Ms. Jung이라 불리우는 걸 선호한다.

Ms. Jung이 나이고 Jane은 한 꼬집 나 같고. 그 밖의 이름은 단 한번도 생각을 안해보았다.

세계 시민을 지향하는 시대에 시대착오 아니냐구?

과연 그럴까?

나의 스스로에 대한 탐구의 목적은 정체성의 확인이요 존재의 확인인 것이며

이름이야말로 바로 꽝, 존재의 이마에 찍는 선명한 도장인 것이요 나를 향해 가는 처음 출발점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무심히 갖는 외국이름은 크게 표시는 안날지 모르지만 잠재적으로라도 정신적 균열을 야기할 지도 모르고

자신도 인지 못하는 사이에 사대주의에 물들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잠자리 들기 전에 문득 생각해 본 일이다. 비약인가???  김춘수 님한테 물어볼까?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2.

내가 호들갑을 떨긴 했지만 사실 영어 닉네임 하나 갖는 것 쯤이야 사소한 문제다. 연극의 배역 쯤으로 여기면 될 것이므로.

하지만 종교 같은 것이라면 얘기는 백팔십도 달라진다.

나는 이승만 무리의 기독교인들이 친미주의자에, 매국적 언행을 하는 것이 하나도 놀랍지 않다.

자신들의 신앙의 뿌리에 대한 동경과 숭배는 당연한 것이다. 또한 의식같은 것을 통해 자신들 신앙의 모태가 된 지역의 문화를 수용할 것이며 

그것은 당연히 그것의 우월성을 인정하며, 그리고 자신의 열등한 태생을 부정하는 사대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뼛 속 깊이 신앙이 뿌리 내린 사람들은 일고의 의심 없이 당연스러운 것들이 나는 상당히 거북하게 여겨진다.

브레히트가 가르치지 않아도 나는 그들의 의식을 거리를 두고 연극처럼 보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냉정하게 관찰을 하는 것인데

사람들의 그 무아의 의식이 참으로 의아스럽다. 나에겐 그저 중독, 자기최면, 습관, 허위의식으로 밖에는 인식되질 않는 것이다.

내가 절대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은 종교를 통한 위안, 열락, 황홀경이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라고 믿는다.

종교가 아니어도 내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은 참으로 많고, 나를 바르게 이끄는 것도 많으며, 감사도 가슴 뜨겁게 할 줄 알고, 제법 정의롭고 

작은 실천은 하고자 노력하며, 누구 못지않게 진지하게 삶을 고민하며 살고자 노력 한다.

내가 누군가를 존경하고 사랑할 때 그가 종교인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예를 들어 이현주 목사를 좋아함에, 톨킨의 작품을 즐김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존경함에, 나를 도와주는 동료를 좋아함에 종교는 하등 관계없다. 존경하고 좋아할 만 한 사람이면 그리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종교를 거두어내었을 때 좋아할 만하지 못하다면 그는 좋지 않은 사람이고 리스트에서 삭제해 버리면 그만이다. 좋지 않은 사람을 신앙이 있다고 좋아할 수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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